양문수 GE 그리드솔루션 부사장
양문수 GE 그리드솔루션 부사장

제가 입사했던 1982년 여름은 유난히 더운 날들의 연속 이었습니다.

당시 막 ROTC를 마치고 입사해 2주일동안 그룹 연수교육을 마치고 첫직장에 배정 받아 3개월에 걸친 직무교육 후 현업 부서에 배치 받았습니다.

제가 속해 있던 회사는 중화학투자 조정 일환으로 그룹사및 수출만 가능한 상태였는데 중전기 제품을 실적없이 수출한다는것은 사실 어불성설 입니다. 그럼에도 특유의 뚝심으로 회사는 버텼지만, 내수 없이 수출한다는게 정말 어렵습니다. 기약없는 제약 가운데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급여일이 되면 가끔은 분위기가 뒤숭숭했습니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제날짜에 급여를 못 받는 달도 있었습니다.

결국은 1986년 초 회사는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시행했습니다. 과장 이하까지 대략 30% 정도의 구조조정이었는데 다행히 상태가 좋은 계열사로의 전배 였습니다. 돌아보니 정말 회사와 그룹의 성심어린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 옮긴 직장은 긴 세월을 하지는 않았지만 3년 가까운 세월동안 단 한번도 급여일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동료들은 그게 당연한 것이지만 전에 있던 경험을 돌아보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단, 틈틈이 저성과자 퇴출은 있었습니다.

두 직장 사이의 문화는 제가 볼때 하나는 회사의 어려움을 같이 겪자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들과 함께 간다.

다른 하나는 아무리 어려워도 회사는 마땅히 할 일을 하겠다. 그러나, 모두 다는 아니다…

그 다음 직장은 외국계 회사였는데 이런 일은 일체 없었습니다. 우선은 직원 숫자가 지극히 적었고 예산을 본사로 부터 받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회사는 수많은 유럽의 강소기업들을 합병했습니다. 이때 연매출 500억~1000억 미만의 가족경영을 기반으로한 특정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빅 3 ~4 에 의해 합병됐습니다.

주요 이유는 기술력도 브랜드 지명도가 아닌 유동성의 위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인수 합병 후 1+1 = 2 이상이어야 할텐데 항상 2보다 적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는…

그 뒤로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프랑스 공기업으로 합병됐다가 몇년 뒤 다시 컴백… 그러다가 급기야는 현재 회사로 합병됐습니다.

2004년 , 2009년 그리고 2014년 … 매 5년마다 회사의 소속 그룹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04년의 합병은 유럽 유수의 발전설비 회사와의 합병에 따른 휴유증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였습니다.

2009년은 원자력 턴키 계약의 손배상 문제로 인한 유동성 위기였고요.

2014년은 다가올 유동성 위기( 2015년 발생 예정인)에 대한 선제적 조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의 최대 공약수는 유동성 위기입니다. 그 원인은 각각 다르지만 말입니다.

며칠 전 회사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신재생 발전 증가에 따른 전통적인 발전 설비 건설 축소( 20 % 정도 ) 및 지속되는 오일·가스 산업의 위축으로 인한 상대적 사업성과 부진이 주 원인입니다.

전에 겪었던 경험과는 다소 다른 내용이지만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확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 등을 주제로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무려 3시간에 걸친 투자자를 향한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후 양치질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저는 항상 이순간에 그날의 온갖 생각이 다 떠오릅니다. )

‘ 내가 회사의 일원으로서 이순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회사를 위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인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 결실을 이루자.’

문득 첫 직장에서의 창업자이신 회장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 마음을 담담히 먹고 머리를 짧게 깎고 신발끈을 단단히 묶어라.”

다시 한번 마음과 몸가짐을 다져 봅니다.

희망의 의지를 굳게 가지고… 강하고 담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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