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국회의원
한정애 국회의원

지난 10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은 대한민국 에너지정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원전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며, 장기적으로는 탈핵으로의 에너지 전환이 그 골자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촛불국면을 통해 분출된 시민들의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와 경제적 안정, 더불어 사회적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지난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은 사회적 갈등 사안의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숙의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의견 수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사회적 갈등 사안은 지역과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 양상을 띄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들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위해 국제사회는 지난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을 마련했고, 2020년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신기후체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내년까지 마련돼야할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규칙은 당사국들의 다양한 입장과 대립으로 인해 그 완성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 이유는 유엔기후변화총회의 의사 결정방식이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라는 다분히 이상적이면서도 모두의 공감을 얻어 내야하는 독특함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엔 기후변화회의는 참여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정확하고 충분하며 투명한 방식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의사결정권이 없는 경제계, 시민사회, 청년, 여성, 소수민족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계층에게도 발언 기회와 입장 표명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기나긴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포용력을 바탕으로 결론이 도출되기에 100% 각자 다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그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공론화위원회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시간낭비, 예산낭비, 비전문가인 시민의 결정, 그리고 의회주의 무시 등의 이유로 그 과정과 결과를 폄훼하고 평가 절하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공론화의 과정과 결과에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숙의 민주주의 가치의 발견을 강조하는 것은 그간 국가 사회적 갈등 사안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만 논의가 진행되고 불투명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여주기식 공청회 등에 따른 불신의 반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이번과 같은 공론회 방식이 모든 중요한 국가 대사를 결정할 때 마다 필요한 만능 절차이며 필수 절차가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형식적이고 요식행위 같은 공청회 제도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참여시키고,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며, 공정하고 충분한 논의의 기회를 만드는 등 대대적인 변화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향후, 새 정부가 당면한 기후변화 관련 사안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시작으로 ‘배출권거래제 2차 할당계획’,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로드맵’,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 차이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과제가 산적해있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교훈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의 갈등 문제를 접근한다면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고 모두가 공감하는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있어 참여 민주주의 방식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정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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