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배터리보다 충전속도, 용량 늘릴 수 있는 차세대 음극소재

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배터리 기술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은 최근 전기차에 사용할 수 있는 급속 충전용 고용량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조재필 교수팀<사진>은 기존 흑연 음극소재보다 빠른 충전이 가능하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음극소재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기존 흑연 음극소재의 단점을 보완한 혁신적인 원천기술로 주목받는다.

이 음극소재는 흑연에 리튬이온이 빠르게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많이 만들고, 그 위에 실리콘을 나노 두께로 얇게 코팅한 것이 핵심이다. 향후 전기차용 배터리에 적용하면 충전 시간을 단축시키고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전기차가 주목받으면서 동력원인 이차전지의 용량을 키우고 충전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해졌다. 하지만 기존 흑연 음극소재는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 자체가 적고, 고속으로 충전하면 음극 소재 표면에 리튬 금속이 석출돼 전지 성능과 안전성이 떨어진다.

이런 단점을 극복할 물질로 흑연보다 10배 이상 용량이 큰 실리콘 소재가 차세대 음극 물질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실리콘 소재는 전기 전도도가 낮고, 충전과 방전 시 부피가 급격히 변한다. 고용량과 고속 충전을 동시에 구현하는 리튬이온전지를 만드는 기술은 현재까지 난제로 남아 있다.

조재필 교수팀이 발표한 새로운 구조의 흑연 실리콘 복합체 합성방법은 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방법으로 합성한 ‘가장자리 활성화 흑연 실리콘 복합체’는 상용화된 전극 조건에서 1.5배 빨리 충전됐고, 용량도 5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니켈은 탄소와 수소를 반응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점을 이용해 흑연 음극소재의 가장자리에 니켈을 붙이고 수소와 반응시켰다. 그 결과 흑연 가장자리에 있는 탄소가 메탄(CH4) 가스로 변했다. 이런 반응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흑연 가장자리에 구멍이 생기면서 리튬이온이 쉽게 드나드는 길이 열린다. 이런 통로가 많아지면서 결과적으로 전지를 빨리 충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또 가장자리에 구멍이 생긴 흑연에 실리콘을 얇게 코팅해 기존 흑연 음극소재보다 용량을 늘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흑연의 높은 전도성과 실리콘의 고용량 특징을 모두 살렸다.

조 교수는 “실리콘 나노 코팅 원천기술로 머리카락의 만 분의 일에 가까운 두께(20㎚ 이하)의 실리콘을 흑연 표면 위에 고르게 코팅해 고성능 흑연·실리콘 복합체를 구현했다”며 “전체 공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저렴해 대량생산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전기차나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에너지 밀도가 크고 출력이 높은 배터리에 쓰일 음극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적으로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0월 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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