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합숙 종합토론회를 끝으로 시민참여단의 숙의과정은 끝났다. 이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최종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하는 일만 남았다.

공론화위는 지난 11일 제13차 회의결과 브리핑을 통해 최종권고안 작성방침을 밝힌 바 있다. 종합토론회에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3·4차 공론조사를 중심으로 작성할 계획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공론화위의 지난 과정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최종권고안에 관한 쟁점을 정리해본다.

◆바람 잘 날 없던 공론화위

공론화위는 출범부터 갈등과 함께 시작됐다. 출범 초 공론화위에 대해 헌법상 대표기구도 아닌 시민배심원단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에 대한 ‘결정권한’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8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공론화위가 국민 의견을 전달하면 정부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공론화위는 ‘권고’하고 정부는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론화위의 권고안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론화위를 둘러싼 잡음은 공론화 과정에서도 발생했다. 건설재개 및 중단 측은 시민대표단에 제공할 자료집의 문구와 목차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건설중단 측이 ‘보이콧’까지 언급하며 양측의 갈등은 심화됐다. 이에 따라 당초 지난달 16일 시민대표단 오리엔테이션에서 제공할 예정이던 자료집은 2주 가량 늦게 배포됐다.

양측은 토론회에 참석할 토론자 배정을 두고도 실랑이를 벌였다. 건설중단 측이 토론회에 정부출연기관 연구원이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문제제기를 하자 이번에는 건설재개 측이 보이콧을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달 25일 예정됐던 울산지역 토론회는 잠정 연기됐다가 결국 이번달 11일 개최됐다.

공론화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 상대방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며, 공론화위의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숙의기간은 충분했나

건설재개·중단 양측이 번갈아가며 보이콧을 선언하자 공론화위는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통해 “고비마다 양측의 대승적 결단을 통해 절충점이 만들어졌고 보이콧을 내건 극단적인 입장 발표가 있기도 했지만, 이는 무분별한 혼란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민주적 절차가 이뤄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밝혔다. 또 "과정이 순탄치 않더라도 양측의 입장을 계속 조율해나가는 게 공론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필수요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론화위가 양측의 갈등을 조율하는 사이 공론화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시민대표단의 숙의기간도 계획했던 한 달에서 20일정도로 짧아졌다.

3개월의 공론화기간도 부족하다는 지적은 공론화 시작 단계에서부터 나왔다. 찬반 양측의 대립이 첨예할 뿐만 아니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여부는 향후 ‘탈원전’ 정책의 속도까지 달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공론화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이헌석 시민행동 대응팀장은 “처음부터 시민참여단의 짧은 숙의과정을 적극 보완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며 “공론화위 출범 이후 공론화 방법을 강구하다보니 양측의 합의과정에서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시민참여단의 숙의기간이 더 부족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종 권고안…여전히 살아있는 갈등의 불씨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그대로 따를 방침이어서 사실상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은 시민참여단의 손에 달렸다.

최종권고안은 따르면 종합토론회 기간에 실시한 4차 공론조사에서 찬반의 의견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난 경우 다수 의견을 기준으로 최종권고안을 작성한다.

문제는 찬반 비율의 차이가 근소할 경우다. 찬반 양측 중 선택받지 못한 어느 한 쪽이 오차범위 내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지난 4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찬반의견이 엇비슷하게 나타나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중단 41%·계속 37%(7월 11~13일) ▲중단 42%·계속 40%(8월 1~3일) ▲중단 38%·계속 42%(8월 29~31일) ▲중단 41%·계속 40%(9월 19~21일)으로 집계됐다.

공론화위는 찬반 의견차가 오차범위 내인 경우 정책적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되 시민참여형 조사의 본질적 의미와 공론화위의 역할을 감안해 최종권고안을 작성하기로 했다.

이희진 공론화위 대변인은 “종합적인 검토 끝에도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서도 11일 발표한 최종권고안 작성방침을 토대로 최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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