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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객석)공론화와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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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신규 원전 계획 백지화와 신고리 5,6호기 중단’ 공약이 등장한 배경은 원전에 대한 관심과 불안 때문이었다. 후쿠시마 사고와 경주 대지진이 원전 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저변에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소득 향상과 가치의 변화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19대 대선 과정에서 대부분의 다른 후보들도 안전과 환경을 중시하는 탈원전, 탈석탄 공약을 쉽게 꺼내들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고 원전은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충분히 안전하게 잘 관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공학적 관점에서 사고는 완벽히 방지할 수 있다는데 다들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독일, 벨기에, 스위스, 대만 등 탈원전 러시가 진행되자 비과학이 정책을 좌우하는 상황에 대해서 공학과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은 한탄을 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전환 정책도 원자력 안전을 장담하는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망국적 수준이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대기오염도 줄이고 저렴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위험 때문에 기술과 산업을 죽이려고 하다니 어리석기 그지없다.
원전 전문가들의 확신과 달리 원전은 안전의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전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크고 작은 방사능 누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설령 공학적 오류가 없었어도 인간의 실수가 사고를 일으켰다. 과학은 안전을 장담하지만 사람들은 방사능의 치명적 위험성에 쏠린다. 다른 에너지와 달리 유독 원자력에만 안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이론과 달리 중대 사고는 발생했고 주변 30km는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금지구역이 되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완벽하게 운전해도 10만년을 생태계와 격리해야 하는 유독성 폐기물을 배출한다. 원전을 가동 중인 세계 31개국 중 어떤 나라도 아직도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98배나 넓은 미국도 40년이 지나도록 사용후핵연료 부지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산업계의 확신과는 달리 원전은 1980년대 후반부터 기세가 꺾였다. 세계 전력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 17.6%에 달한 후 지금은 10.5%로 줄었다. 이제는 아무도 원자력 르네상스를 말하지 않는다. 원전 투자는 재생에너지 투자의 1/8에 그쳤고 웨스팅하우스와 아레바 같은 원전 공급회사들은 몰락했다.
인도라면 신고리 5,6호기는 계획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도는 인구 10만명 도시 반경 30km 이내에는 원전 건설이 진행하지 않는다. 신고리 5,6호기 반경 30km에는 382만명이 거주한다. 이미 고리지역에는 8기 원전이 있다.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인구밀집지역에 원전이 들어 선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원자력 안전에 너무 둔감했고 공학적 확신만 존중된 셈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방이 최근에 엉뚱하게 재생에너지로 튀었다.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냐는 질문이 나돌아 다닌다. 결론적으로, 재생에너지는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원전의 대체재로 논의하는 에너지는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원전처럼 석유, 나아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목적으로 등장해서 신기후체제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는 거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점차 공유하고 있다.
덴마크는 석유 파동 이후에 에너지 안보를 위해 풍력을 시작한 나라이다. 영국과 중국은 원전을 유지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우선시하는 나라이다.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냐는 질문은 에너지 전환 정책이 믿음직하지 못해서 에너지 수급 불안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회적 비난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은 지붕에 30GW, 수상에 10GW는 깔 수 있다. 원전이나 화력발전과 달리 놀리고 있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도 육상과 해상에 풍부한 풍력자원이 분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 지는 새정부의 과제이지만 10GW가 넘는 해상풍력은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2.2%인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계통 안정 이슈를 걱정하는 너무 이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40%에 이르는 스페인, 30%에 이르는 독일은 아직 전기저장장치를 도입하지 않고도 재생에너지 설비 제어와 다른 발전소의 적절한 운전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하고 있다.
대세를 외면하다가는 미래가 없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이미 산업과 시장의 대세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확실한 해결책이다. 이미 OECD 재생에너지 평균 비중은 우리나라 2030년 목표를 능가한다. 공론화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패는 재생에너지의 순조로운 확대와 산업 육성에 좌우될 것이다.

작성 : 2017년 09월 28일(목) 14:28
게시 : 2017년 09월 29일(금) 09:53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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