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에너지미래포럼
열병합발전, 탈탄소·탈중앙집중 등 전력 패러다임 전환에 적합

연료비원가보상, 편익 현실화 등 실질적 지원책 ‘8차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 필요

유정준 집단에너지협회 회장이 15일 쉐라톤서울팔래스 강남에서 열린 제8차 에너지미래포럼에서 분산형전원 활성화를 위한 집단에너지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유정준 집단에너지협회 회장이 15일 쉐라톤서울팔래스 강남에서 열린 제8차 에너지미래포럼에서 분산형전원 활성화를 위한 집단에너지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전력 생산과 이송, 소비 패러다임 모두가 급변하는 전환의 시대에서 집단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더불어 분산형 전원으로서 집단에너지가 갖는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 연료비원가보상, 편익 현실화 등 실질적 지원책을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15일 에너지미래포럼이 주최한 ‘제8차 에너지미래포럼’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유정준 집단에너지협회장(SK E&S 사장)은 “최근 전력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와 탈중앙집중화(Decentr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의미하는 3D”라며 “탈탄소화를 통해 전기 생산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지역분산을 통해 송전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소하고 안전성과 안정성을 높이려는 노력, 디지털화를 통해 전력소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열병합발전 등 집단에너지는 이러한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열병합발전, 탈탄소화와 탈중앙집중화 동시 달성 가능

그동안 우리나라 전력 정책은 원거리·대규모 발전·송전시스템에만 의존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발전소를 건설하고, 송전선로 등 계통을 확보함으로써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의 목표였다. 이러한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최근 에너지전환 논의 또한 전력생산과정에서 발전연료를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지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관측된다.

이와 관련 유 협회장은 “이제는 생산과 이송, 소비단계까지 아우르는 거시적 관점에서 에너지정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열병합발전소를 탈중앙집중화와 탈탄소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발전소라고 설명했다.

유 협회장은 “열병합발전소는 전력소비가 집중되는 지역 내에 지어지는 대표적 ‘분산형 전원’으로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친환경적”이라며 “대규모 장거리 송전선 건설이 주민반대나 민원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전소를 짓고도 송전설비가 부족해 가동을 못하는 상황이 이미 발생하고 있는 만큼 분산전원의 효용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른 간헐성, 변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데 집단에너지가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 협회장은 “태양광이 미래에너지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간헐성, 변동성 보완은 분명히 필요하다”며 “최근 간헐성을 고려한 전력예비율 결정이 상승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열병합발전이 같이 가지 않으면 전력계통의 안정성 확보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선진국, 집단에너지 분산형 전원으로서 가치 인정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 집단에너지는 생산지와 수요지가 일치하는 분산형 전원으로 인정받아 다양한 지원을 제공받고 있다.

EU의 경우 생산원가보상, 투자비 지원, 세제혜택 등이 이뤄지고 있고, 미국 역시 분산전원 활성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열병합발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21개 주는 열병합발전을 RPS(재생에너지공급인증제도)나 APS(대체에너지공급인증제도) 자원으로 인증·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시장매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 전력시장은 분산형전원의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협회장은 “미국 동부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PJM 시장 전력가격을 보면 수요지 발전기를 원거리 발전기보다 약 20배 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보상해준다”며 “올해 9월 11일 기준 최대 27달러와 최저 1.49달러까지 가격이 차이남에도 LMP(Locational Marginal Price)제도를 시장에 도입·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경제적·사회적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송전선로를 설치하고, 원거리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오기보다는 가격 변동비를 주더라도 분산전원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에너지 편익 크지만…업계는 연이은 손실

열병합발전소가 분산형 전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경우 국민에게 제공되는 편익은 크다.

열병합발전소로 인해 장거리 송전선을 새로 건설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편익을 한전경제경영연구원은 연간 약 1727억원, 전기연구원은 연간 약 3520억원으로 분석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에너지효율향상,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으로 인한 환경 편익은 연간 약 8916억원으로 추산됐다.

적게 잡아도 열병합발전은 연간 1조원이 넘는 편익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셈이다.

유 협회장은 “이 같은 편익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소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36개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 사업자 중에서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과 전력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GS파워를 제외할 경우 업계는 연간 약 1500억원대의 만성 적자를 겪고 있다”며 “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 두 곳을 제외한 업계 전체의 손익을 따져보면 2011년 23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1000억원을 상회하는 손실 폭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집단에너지의 손실이 큰 이유는 일반 발전소 대비 규모가 작고 투자비가 높기 때문이다. 도심 밀집지역에 주로 설치되는 특성상 땅값은 비싸고, 최대 규모는 500MW급에 그쳐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못하는 탓이다. 수도권의 일반 LNG발전과 비교해도 부지비, 운영비가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를 보면서도 계통제약발전 등 전력계통상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손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소한 생존 보장하는 정책 변화 필요

유 협회장은 분산형전원 활성화에 기여하는 집단에너지 업계의 편익을 현실화해 최소한 생존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전력공급 안정성 확보, 전력계통 기여,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환경 개선 등 가치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열병합발전 사업자는 열 생산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된 전기는 전력거래소로부터 원가 이하로 정산받고 있다”며 “최소한 연료비 원가보상은 현실화 해 생존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분산형전원으로써 집단에너지가 기여하는 편익 보상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수요지에 위치해 일반발전소와 비교해 투자비, 부지비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분산형전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친환경연료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고정비(용량요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2001년부터 9년간 총 5205억원을 지원하다 중단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한 열병합발전 지원의 재개 여부에 대한 검토도 요청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정회 에너지신산업정책단 국장은 “에너지산업의 변화 트렌드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한다. 집단에너지업계의 어려움은 충분히 알고 있는만큼 곧 업계 분들과 만나 깊은 얘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요금체계 등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집단에너지협회 중심으로 TF가 운영되고 있지만 TF에서 나온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좀더 잘 작동하도록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집단에너지가 분산형전원으로서 큰 역할을 하려면 가격체계 뿐만 아니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며 “열병합발전소를 다른 곳으로 확장하고, 하절기 지역냉방 활성화 등을 위해 업계가 함께 노력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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