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헌 원장, 슈퍼그리드·PNG 논의 플랫폼 제안

그동안 정치적 문제로 인해 중단됐던 동북아시아 슈퍼그리드(Super grid)와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Pipe Line Naturalgas) 논의가 연구기관 측면에서 재개될 전망이다.

박주헌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장<사진>은 11일 열린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31주년 기념세미나에서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천연가스 수입 다변화라는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한-중-일 슈퍼그리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중단됐던 동북아시아 3국간 전력망 연계 관련 논의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박 원장은 특히 동북아 3국이 유사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한중일 모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며,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와 저장이 안되는 문제 역시 공유하고 있다”며 “수급불안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동북아 3국의 계통연계를 의미하는 슈퍼그리드를 논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시시엔 가오 중국 ERI 부소장 역시 이러한 의견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한중일 그리드 문제는 남북한 관계가 좋았던 시절 이미 깊이있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었다”며 “개념적 내용에서 더 나아가 북한 등 정치적 분야를 염두에 둔 실질적이고 진일보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겐 코야마 일본 IEEJ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개국 입장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모두 중요한 정책과제”라며 “동북아시아 3국 연계를 통해 더 넓은 테마 주제를 설정하고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PNG 도입 연계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현재 중국은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과 PNG 도입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와 일본은 아직까지 국가적 논의 단계에 그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천명한 한·일 입장에서 천연가스 확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협력에 따른 한-중-일 3국 PNG 도입을 위한 소통과 협의의 필요성이 높다.

박 원장은 “PNG 도입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 논의는 이미 진행된 지 오래지만 그동안 정치적 문제를 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국 모두가 참여해 비전과 방향성을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도해 지난해부터 진행돼 온 동북아시아에너지포럼을 정치적 논리에서 자유로운 관련기업, 연구기관, 민간 연구가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오 부소장은 “중국은 최근 전력그리드와 가스파이프라인, 도로 등 SOC분야 연계 강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한중일 3국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천연가스 수입국으로써 협력을 통해 시장을 보다 합리적으로 작동시키고 각국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코야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천연가스 도입에 관한 시장 유연성 확대와 한중일 3국 협력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며 “박 원장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에너지 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3국의 경험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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