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보급 걸림돌" vs "문제없다"
하드웨어적 백업설비도 중요하지만 계통 고도화 등 소프트웨어 관점 접근도 필요

2030년 발전량 기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라는 정부 목표의 달성 여부를 놓고 학계, 산업계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쟁점은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다. 태양광, 풍력 등 주요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전기 생산이 날씨 등 외부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특성을 말하는 간헐성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주장과 전력량 기준 20% 수준에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1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가 발표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 설비계획 초안에 따르면 2030년 태양광, 풍력 등 변동성전원은 약 48.6GW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보급된 7GW의 약 7배 수준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시스템은 해가 떠 있을 때, 바람이 불 때만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각 운영주체가 햇빛의 양과 풍속을 통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날씨의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것만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상하는 것도 어렵다.

시시각각 변하는 일조량과 풍속은 매 순간 발전 출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예측보다 적을 경우 확보해야 하는 예비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예측보다 많은 경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백업설비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두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다. 발전량이 너무 많으면 저장하고, 너무 적으면 저장해 둔 전기를 내보냄으로써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다.

LNG발전소도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까지 ESS의 가격이 높은 수준이고, LNG발전소 건설에도 1기당 1조4000억원 가량이 소요돼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LNG발전소는 기동에 1시간이면 되지만, 보다 빠른 응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수요자원(DR)시장이 경제성과 반응성 모두를 달성하며 신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DR의 경우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는 ESS에 비해 비용은 10% 수준이지만 급격한 날씨 변화 등으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공급능력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역할은 유사하다. 다만 발전량이 많을 경우에 대응하기 위해선 풍력발전기의 감발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 현재 운영되는 DR시장보다 짧은 응답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DR 운영의 고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이밖에 태양광, 풍력자원을 실시간 시장에서 급전자원으로 활용하거나, 용량보상 매커니즘을 강화해 백업발전설비의 투자 유인을 높이는 것도 대안으로 지목된다.

재생에너지 간헐성 논의의 근저에는 지금까지 석탄, 원전 등 기저발전 위주의 전력수급구조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잘 짜여져 진행돼 온 전력수급계획과 계통운영, 전력시장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 밀어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진단이다. 그동안 계통 운영은 ‘단위기기 발전계획’에 따라 이뤄져 왔다. 어떤 발전기가 특정 시간에 얼마나 발전을 해야 하는지는 이미 모두 계획돼 있던 상태였다. 변동성 전원에 맞춰 소프트웨어적 관점의 계통운영방식, 시장체계와 백업설비 확보라는 하드웨어적 관점이 모두 갖춰져야 하는 이유다.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측도 최근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대응 수치가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1.6GW 내외로 예측된다”며 “무조건 백업설비를 건설, 확보하기보다는 계통운영방식 고도화 등 소프트웨어 관점의 접근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간헐성에 대응해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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