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논리로 DR시장 감축 지시” 사실 무근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 더 두고 봐야

지난 한주 수요자원거래시장(DR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부가 탈원전 논리를 보강하기 위해 DR시장을 통해 기업들의 전기사용을 억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이 출범한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세간의 관심은 저조했는데 이번 기회에 유명세를 타면서 모 수요관리사업자는 “DR시장이 홍보가 된 건 좋은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DR시장은 전문적인 에너지 시스템인데다, 그 용어와 운영방식도 복잡해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며칠간 알려진 DR시장에 관한 오해 4가지를 정리했다.

◆DR시장은 기업 전기 못 쓰게 하는 제도?

DR시장은 기업이 아낀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다. 쉽게 말해 발전소에서는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반면 DR시장은 사용하던 전기를 안 쓰고 아낀만큼 보상을 받는다. 시장을 운영하는 한국전력거래소와 시장 참여기업이 있고, 둘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하는 수요관리사업자(DR사업자)가 시장플레이어다.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은 얼마나 전기사용을 줄일 수 있는지 사전에 DR사업자와 계약을 해야 한다. DR사업자는 참여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전력거래소에 등록한다. 이 때 등록한 자원용량만큼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감축을 많이 할 수 있는 기업은 그만큼 더 보상을 받는 셈이다. 전력거래소는 이 계약을 토대로 급전지시를 발령하고, 참여기업들이 전기 사용을 중단한다. 즉, 정부가 기업의 전기 사용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필요한 이익을 취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다만 계약한 만큼 감축이행을 못할 경우 참여기업들은 패널티를 받고, 3회가 누적되면 계약이 해지된다.

◆갑작스러운 DR시장 가동, 탈원전 때문?

전력거래소가 DR시장에서 감축지시를 하는 건 두가지 경우다. 하나는 참여기업들이 제대로 감축을 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감축시험’, 다른 하나는 실제로 전력 감축이 필요할 때 발령하는 ‘급전지시’다. 감축시험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만큼 지난해에는 5회 실시했고, 급전지시는 2회에 그쳤다. 반면 올해는 8월 10일까지 감축시험은 4회, 급전지시는 2회 실시했다. 지난해보다 횟수가 늘긴 했지만 전력예비율을 높여 탈원전 논리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DR시장이 4년차에 접어든 만큼 전력거래소는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감축시험을 늘리고, 급전지시도 자주 할 거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탈원전 논란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종결됐지만 갑작스럽게 DR시장의 역할이 커진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감축시험과 급전지시가 몰리면서 참여기업들은 7월에만 5회나 공장 가동을 멈춰야 했고, 이로 인한 불만도 극심해진 것이다. 특히 기존에는 1~2시간 정도만 전기사용을 줄이면 됐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4시간 감축지시가 나면서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일부 참여기업은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전기 감축하는 용량만큼 보상금 받는다?

참여기업들은 급전지시에 따라 감축한 자원 용량만큼 정산금을 지급 받는다. 하지만 정확이 말하면 사전에 얼마나 감축을 할 수 있는지 계약 용량만큼 보상금을 받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급전지시가 내려졌을 때 감축한 용량에 대한 정산금은 많지 않고, 오히려 사전에 감축 가능한 용량을 등록하면 감축여부와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지급하는 정산금이 더 많다.

급전지시를 하든 안하든 참여기업들은 적지 않은 정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급전지시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지난 3년간 참여기업들은 앉아서 정산금을 받아왔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월까지 지급된 정산금은 1727억원에 달했다. 전정희 전 국회의원도 급전지시를 하지 않는데 정산금을 지급한다며 ‘봉이 김선달식 사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7월 한달간 급전지시와 감축시험이 많이 발령되긴 했지만 그동안 DR시장 참여기업들이 받아 온 정산금은 무시하고 정부 탓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실제 감축할 수 있는 자원보다 많은 양을 등록하면 정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지만 이를 방지하고자 감축시험을 실시한다.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해진다던데?

산업부는 일반 국민들도 DR시장에 참여하는 ‘국민DR’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6년부터 올해 말까지 실증사업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형 공장, 빌딩만 DR시장에 참여해 산업용 자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아파트, 주택 등 국민들도 수요관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5월부터 작은 빌딩이나 상가가 참여하는 ‘중소형DR’이 신설한 데 이어 국민DR까지 탄생할 경우 모든 부문에서 수요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민들이 DR시장에 참여하도록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DR시장이라는 단어부터 생소할뿐더러 시장의 운영구조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또 DR사업자들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사용량 정보 모니터링하도록 공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DR시장 논란을 통해 오히려 국민들에게 시장을 홍보하는 뜻밖의 수확을 거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전기 사용량이 적은 가정에서 수요관리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자동제어(Auto DR)까지 가능해져야 한다. 지금처럼 수동적인 급전지시만으로는 수요관리 효과가 미미한 탓이다. 올해까지 진행하는 국민DR 실증사업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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