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과 신규 일자리 창출 함께 이뤄져야

정부세종청사에서 청소 근로자들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일터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공공기관에서 근무중인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용역 근로자 등 비정규직 31만명 중 2년 이상 일할 인력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청소 근로자들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일터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공공기관에서 근무중인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용역 근로자 등 비정규직 31만명 중 2년 이상 일할 인력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정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공공기관들도 좋은 일자리 창출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31일 김용진 2차관 주재로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좋은 일자리 창출 및 질 개선 노력’에 가점 10점을 주는 내용이 담긴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 수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기관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공공기관들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존재인 경영평가를 이용해 공공기관들이 정부 정책을 적극 이행하도록 독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정책은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하지만, 이들을 고용한 파견·용역업체의 경영진이나 간접인력들은 오히려 피해가 예상된다.

또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 너무 혈안이 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2017년 경영평가 일자리창출 관련 지표 변경

2016년 공기업 경영평가 일자리창출 관련 비계량지표의 가중치는 ▲전략기획 및 사회적책임 (2점) ▲조직 및 인적자원관리(2점) ▲노사관리(3점) 등 7점이었다.

하지만 2017년엔 ▲전략기획 및 사회적책임 (5점) ▲조직 및 인적자원관리(4점) ▲노사관리(4점) 등 6점이 증가했다.

또 ‘좋은 일자리 창출 및 질 개선 노력’에 가점 10점이 새로 신설됐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정한 만큼 일자리 창출과 질 개선에 솔선하는 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평가사항으로는 ▲좋은 일자리 창출·질 개선을 위한 전사적 노력과 전략 및 계획 ▲비정규직·간접고용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나누기 등 공공기관의 좋은 일자리 창출 실적 ▲기관의 핵심기능·사업·투자, 사내벤처, 임직원(휴직) 창업 등을 통한 민간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 노력과 실적 ▲좋은 일자리 창출 노력과 성과의 혁신성 등이 제시됐다.

공공서비스 향상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공공기관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동시에 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혁신적인 방안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 우수기관에 대해서는 표창을 수여하고, 우수모델 확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따라 2017년 일자리 창출지표 가중치 확대와 가점은 최대 16점이나 된다.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공기업 I,II군 A등급 최저득점(83.04점) 기관과 C등급 최고득점(72.62점) 기관과의 득점차가 10.42점이어서 일자리 창출 지표만 잘 받아도 경영평가에서 1~2등급 상승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공공기관별 비정규직 현황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지난 9일까지 각 기관의 비정규직 현황자료를 전산에 입력했다. 이번에 입력한 인원은 회사의 기간제 인력과 파견·용역, 사내하도급 등을 포함한 것으로, 이들 전체가 정규직 대상은 아니다.

공공기관들은 이달 25일까지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이중 몇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 업무 중 상시·지속적인 업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업무, 기관 본연의 업무와 관련된 경우는 정규직이 원칙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때문에 기간이 정해져 있는 일시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인력이나 전문직 종사자, 발전소 경상정비 등은 정규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기관별로 워낙 특성이 다른 만큼 코레일,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한국남동발전, 마사회 등 10곳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전략기관’으로 지정하고, 이들을 집중 관리해 다른 기관이 벤치마킹하도록 할 방침이다.

전력공기업 중 최다 비정규직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전은 약 7700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수원도 파견, 용역, 사내하도급을 포함하면 7000명을 넘어선다.

발전공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해 파견, 용역, 사내하도급을 포함하면 남동발전의 경우 1100명에 달한다. 나머지 발전사들도 700~1000명에 달한다.

현재 발전5사는 공동으로 관련 용역을 수행 중이며, 용역 결과를 토대로 상황에 따라서는 발전5사가 하나의 회사를 만들어 공동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에너지공기업을 제외하고는 인천공항공사와 코레일이 7000명 넘는 규모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없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있어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파견·용역 근로자의 범위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른 기관의 정규직 인력이어서 근로자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의 경영진이나 간접고용 인력들은 반대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대표적인 예가 한전산업개발이다. 한전산업개발의 상당수 직원은 한전이나 발전공기업 현장에서 전기검침원이나 연료환경설비 위탁운전원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만일 이들이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한전산업개발은 그야말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산업개발 간접인력노동조합(위원장 김인섭)은 지난 10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정부의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파견·용역업체 간접인력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852개 공공기관에 용역서비스를 제공하는 파견·용역업체는 기관 당 최소 2개 이상이 존재한다. 만약 정부의 정규직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경우 약 1700여개 이상의 파견업체가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 각 파견업체에 최소 10명의 간접인력(관리)이 근무한다고 계산하면 1만 7000여명이 실직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셈이다.

또 이들을 고용하는 공공기관들의 향후 인력운용에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부 업무의 경우 일거리가 앞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데다 정부가 예산과 정원 확대를 100% 인정해 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신규 인력 채용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또 청소 등 일부 직종은 상당수 근로자들이 60세 이상 고령이어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여기에 정부는 상시·지속적으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들의 처우도 개선해 복리후생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많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수혜대상은 늘어나는데 반해 복지기금은 그대로여서 기존 직원들은 오히려 복지 혜택이 줄어들 소지가 크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 발굴 ‘전쟁’

공공기관들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사업 발굴과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올 연말까지는 4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새로운 사업을 통해 인력을 고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나 해외사업 등을 급히 추진하고 있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에 나서고 있다. 교대근무 방식을 바꿈으로써 기존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신규 고용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부발전은 발전사 중 가장 먼저 지난 6월 사장이 직접 팀장을 맡는 일자리 창출 T/F팀을 설치하고, 2개의 실무 T/F가 각각 민간과 공공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전담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버려지는 온배수를 활용해 2018년까지 스마트팜과 원예단지를 조성하고,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태안에서 대전으로 이전이 확정된 한국발전교육원 부지를 활용해 ‘발전정비 인력양성원’을 설립, 발전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발전정비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역의 낙후된 의료복지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맞춤형 의료네트워크센터를 설치해 의료진 등 전문인력을 유치할 예정이다.

동서발전도 최근 산업인력공단과 함께 K-Move 스쿨 연수생 선발을 통해 해외 취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밖에 새로운 사업 자체가 어려운 기관들은 인력양성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와 한전KPS, 한전KDN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빛가람 학점과정’이 대표적인 예로, 이들 기관들은 대학 졸업반 학생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해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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