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누출 막는 CLP 두께기준 못 미쳐…시공과정에서 관리소홀 원인

고리 3.4호기 전경.
고리 3.4호기 전경.

고리 원전 3,4호기와 한빛 원전 4호기의 일부 방호벽 두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공과정의 편의를 위해 작업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져 부실시공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용환)는 국내 원전의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CLP)를 전수조사한 결과 고리 3,4호기와 한빛 4호기에서 두께기준 미달이 발견됐고, 수분·염분에 의한 부식도 발생했다고 27일 밝혔다.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는 콘크리트를 채우는 강판으로 방사선 누출방지 기능을 한다. 이 공간이 비었거나 부식이 발생하면 방사선이 누출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 고리 3호기는 279개소, 4호기는 80개소에서 CLP 두께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각각 208개소, 11개소는 배면부식으로 인해 기준이 미달됐다. 이 경우 시공과정에서 유입된 이물질의 수분이나, 염분에 의해 부식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식이 없는 나머지 부분도 시공과정에서의 작업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고리 3,4호기의 시공당시 기록을 확인한 결과, 시공작업 편의를 위해 임의부착물(인양고리 등)을 치우고, 표면의 녹을 제거할 때 과도한 그라인딩 작업을 하면서 국부적인 두께감소가 발생했다.

원안위는 부식된 CLP를 교체하고, 부식이 없는 부위는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에 따른 공학적평가를 통해 건전성 여부를 확인하고, 교체 범위를 정할 예정이다.

한빛 4호기의 경우는 벽체 CLP 최상단 구간 120개소에서 두께기준 미달이 발견됐다. CLP 샘플을 절단해 확인한 결과 일부 구간에 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아 이 공간에 수분이 유입됐고, 배면부식이 발생했다. 마찬가지로 시공과정에서 콘크리트를 충분히 다지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한빛 4호기와 유사한 시공작업을 한 원전 중 정지한 원전 신고리 1호기, 한울 5호기, 한빛 6호기에서는 부식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외에 현재 가동 중인 원전 10기의 경우에도 부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원안위는 우선 콘크리트 공극과 CLP 부식 부위를 보수하기로 했다. 또 격납건물 종합누설률시험(ILRT) 등을 실시해 원전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에서는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원전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입증됐다”며 “시공을 잘못한 책임, 관리 감독의 잘못에 대한 명확한 책임자처벌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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