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기업, 파견·용역은 자회사 설립 가닥...민간 중소기업 피해 우려

고용노동부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현장 안착을 위한 전국순회설명회를 열었다. 고용노동부는 설명회를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 실태조사에 대해 중점 설명하고, 정규직 전환에 있어 각 기관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현장 안착을 위한 전국순회설명회를 열었다. 고용노동부는 설명회를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 실태조사에 대해 중점 설명하고, 정규직 전환에 있어 각 기관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기관마다 성격이 다른 점을 전혀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정부는 기관마다 너무 상황이 달라 오히려 일괄적인 기준을 내놓기 보다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관들이 계획을 내놓으면 정부가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용역 근로자를 포함하고 있다.

◆쟁점1 : 파견·용역 근로자의 범위

전력공기업 중 최다 비정규직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전의 경우 비정규직 기간제 직원 수는 600명이다. 이들은 모두 올해 안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청소와 경비, 전기검침원, 콜센터 등 파견과 용역을 포함한 소속 외 인력(간접고용)이 7700여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특히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전기검침원의 경우 앞으로 사라지는 직종이어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앞으로 인력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전은 AMI 보급 등을 통해 가정 등의 전력사용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나서고 있어 각 가정의 계량기를 체크하는 검침인력은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력노조 관계자는 “이들 전기검침원들의 경우 평균 연령이 45세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어떤 업무를 맡겨야 하는 지, 재교육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진행해야 할지 등의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수원도 기간제 비정규직은 250여명에 불과하지만, 파견, 용역, 사내하도급을 포함하면 7000명을 넘어선다.

발전공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해 기간제 비정규직은 20~30명이지만, 파견, 용역, 사내하도급을 포함하면 800~900명에 달한다.

발전사들의 경우 기간제 비정규직과 청소, 시설, 경비 등 300~400명에 달하는 용역 직원의 경우 직접 고용하되 자회사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발전5사가 공동으로 관련 용역을 수행 중이며, 용역 결과를 토대로 상황에 따라서는 발전5사가 하나의 회사를 만들어 공동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전력거래소처럼 기간제와 파견, 용역 직원까지 포함해 비정규직이 100여명밖에 안 되는 기관들의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다만 파견·용역 직원의 경우 보통 1~2년마다 계약 방식으로 고용이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느 시점의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놓고 기존 퇴사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쟁점 2 : 민간 용역업체들의 피해 심각 우려

한전의 파견, 용역 직원 중 5500명 가량은 전기검침원으로, 이들은 한전산업개발, 제이비씨, 신일 등 민간업체 소속 직원들이다. 한전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직원이지만,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직접 고용한 인력들이어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민간업체들의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사들도 경상정비, 석탄취급설비, 탈황설비 등을 담당하는 사내하도급 직원들의 경우 민간업체 소속이어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발전사들의 인건비 부담은 물론, 해당 민간업체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한 민간 정비업체 관계자는 “발전소에 근무하는 용역 직원은 발전사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일 수 있지만, 우리 같은 하도급 업체 입장에서는 직접 고용한 정규직”이라며 “그동안 직원 교육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갑자기 발전사에서 빼간다면 회사의 생존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쟁점 3 : 기존 노조원들과의 갈등과 신규 채용 축소 우려

정부는 상시·지속적으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들의 처우도 개선해 복리후생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많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수혜대상은 늘어나는데 반해 복지기금은 그대로여서 기존 직원들은 오히려 복지 혜택이 줄어들 소지가 크다.

때문에 정부는 이러한 직원 간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앞서 충분한 노사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귀족노조의 자기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노조 측에서도 민감해하고 있다.

또 많은 비정규직 인력을 신규 정규인력으로 편입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신입사원 채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전의 경우 현재 연간 1000여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지만 전기검침원으로 종사했던 인력 5500명이 한 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돼 새로운 업무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향후 5년 정도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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