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인생’ 50년… ‘자타공인’ 우리나라 안전 분야 ‘거목’
‘사고 없는 현장,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 임무 달성 최선

이해우 한국기술사회 전기안전기술사 분회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안전 전문가 중 하나다. 1944년생으로 50년 넘게 전기 분야에서 활동한 ‘원로’이자 ‘산 증인’이다. 더구나 그는 2000년부터 분회장을 맡아 17년간 국내 150여명이 넘는 전기안전기술사들을 이끌어 온 안전 분야 거목이기도 하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이 분회장을 서울의 한 성당에서 만나 우리나라 전기안전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보고, 삶의 궤적을 따라가 봤다.

1962년 광주공고(전기과)를 졸업한 청년 이해우는 이천전기공업에서 기능공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이천전기공업은 국내 전기 분야 선두기업이었습니다. 전 전동기 제작부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웠죠. 5년 동안 일하면서 상공부가 시행하는 전기주임기술자자격증 3급을 취득했습니다. 지금이야 기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만 1960년대만 해도 전기 분야의 자격시험은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이천전기공업에서도 전기 분야 3급은 당시 저 혼자였을 정도니까요.”

전기주임기술자자격 획득으로 청년 이해우의 인생은 크게 바뀌게 된다. 회사에서 단숨에 관리자 지위에 올랐고, 동시에 다른 기업에서 스카웃 제의가 물밀 듯이 들어왔다.

“다른 분야에서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후 동일제강으로 자리를 옮겨 전기·기계 파트를 책임지는 관리자가 됐죠. 이곳에서도 배움에 대한 목마름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한진그룹과 대한석유공사(현 SK)에서 송유관과 전기설비 점검업무를 하며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습니다.”

늘 현장에서 살았다는 이 분회장은 이론공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명지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실무에 이론을 무장하면서 ‘전기인’ 이해우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여기저기서 강의요청도 들어왔다.

“30년 넘게 현장에서 전기설비를 관리하고 점검했습니다. 주로 전기안전과 관련된 부분이죠.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교단에 서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선 더욱 높은 수준의 이론 무장이 필요했고, 이는 전기안전기술사 자격 취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분회장은 1997년 50세가 넘은 나이에 전기안전 분야 기술인들의 꿈인 전기안전기술사를 땄다. 그야말로 ‘노익장’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전기안전기술사는 전기가 사용되는 모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최고 전문가다. 그는 줄곧 현장을 책임져왔다. 17년간 전기안전기술사분회장을 역임하며 기술사 제도발전과 전기안전 확보를 위해 애써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대한민국 전기안전대상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일흔을 넘긴 이 분회장은 내년에는 후배들을 위해 전기안전기술사 분회장직을 내려놓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나아가 안전문화를 확대하기 위한 조언도 전했다.

그는 “훌륭한 후배들이 제 뒤를 이어 전기안전 분야를 더욱 활성화시키길 바란다”며 “현재의 안전정책은 홍보에 치우쳐 있는데 기술개발과 더불어 해외 선진기술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분회장은 전기안전 분야 저변을 확대해 사고를 예방하고, 위험성평가 제도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전기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안전을 다루는 기본법 제정이 절실합니다. 소방이나 가스 분야는 이미 안전과 관련된 기본법을 두고 시행하고 있지만 전기는 사업법과 기술관리법만 존재합니다. 전기안전사고가 인명피해나 재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사전예방이 필수적입니다. 관련법 제정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죠.”

이 분회장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임기 동안 전기안전기술사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고예방에 힘쓰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사고 없는 현장,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전기안전기술사들도 우리나라 전기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현장에서 불철주야 안전관리에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