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기업이 아낀 에너지비용으로 에너지빈곤층 1만 가구에 선풍기‧미니태양광 등 물품 지원
에너지빈곤 근본적 해결 위해 주거에너지효율화도 추진

서울시가 에너지빈곤층의 시원한 여름나기를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는 26일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을 통해 1만가구 이상의 에너지빈곤층에 선풍기, 쿨매트, 기능성 여름의류, 방충망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에너지빈곤층 중 선풍기, 창문이 없는 가구가 최우선 지원 대상이다.

에너지빈곤층은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에 지출하는 가구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계층은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선풍기를 켜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들어 서울에 처음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6일 이후 지속적인 폭염이 나타나고 있지만 에너지빈곤층은 뚜렷한 대책 없이 더위에 노출돼 있다.

지난 2015년 서울시가 25개 자치구 기초생활수급자 등 총 4671가구를 대상으로 저소득층 에너지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빈곤층 10가구 중 1가구(9.5%)는 냉난방설비가 부족해 더위와 추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복지시민기금·기업기부로 에너지빈곤층 지원

이와 관련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 운영 사무국인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는 각 구별 복지협의회를 통해 대상 가구를 선정해 6월말~7월초 중 1만 가구 이상에 물품을 지원키로 했다. 실제로 최근 에너지복지사가 직접 1896가구를 방문 조사한 결과 에너지빈곤층 140여 가구는 선풍기조차 없었다. 서울시는 지원받은 선풍기를 직접 전달하고 건강상태까지 체크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빈곤층 1만가구의 여름물품을 지원하는데 들어간 2억5000여만원은 시민과 기업의 기부금으로 모두 채워졌다. ‘시민이 시민을 살린다’는 모토로 운영되는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 덕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지원사업인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은 시민이 아낀 에너지비용으로 에너지빈곤층의 복지를 지원하는 시민 중심 복지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겨울철에 비해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드는 것을 고려해 서울시는 일단 1만가구를 1차로 지원하고 이후 여름철 긴급지원 상황 등 발생에 대비해 여름물품 등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에너지빈곤층의 에너지비용부담을 감안해 지원물품도 선풍기, 쿨매트, 방충망 등 비전력 또는 저전력물품으로 정했다.

서울시의 에너지복지행보에 동참하고 있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선풍기 250대를 기부한 신일산업은 올해도 동일하게 선풍기 250대를 기부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차단필터, 차량용품을 제조하는 비카산업은 4000만원 상당의 방충망 1000개를, 한화생활건강을 500만원 상당의 쿨매트 500개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웅FNT는 땀흡수와 통풍이 잘되는 시원한 소재의 기능성 여름의류와 생수를 지원한다.

서울에너지공사 역시 한국아동복지협의회를 통해 발굴한 대상자에 1200만원 상당의 휴대용 선풍기, 공기순환기(Circulator)를 지원해 에너지빈곤층의 에너지사용량 절감과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에너지빈곤층 주거에너지효율화도 함께 추진

서울시는 여름 물품 지원 외에도 에너지빈곤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사업에도 착수한다. 전력생산·효율화에 중점을 둔 미니태양광 설치, LED전등 교체, 단열시공 등 주거에너지효율화사업이 대표적이다.

미니태양광 기업인 ▲경동솔라에너지 ▲현대SWD산업 ▲녹색드림협동조합 ▲광전ENG협동조합 ▲해드림협동조합 등은 SH공사 임대아파트 3000여 세대에 설치할 수 있는 5억원 상당의 미니태양광을 기부해 저소득 가구의 에너지 복지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노원구에 위치한 SH공사 소유 임대아파트 900세대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93세대에 경동솔라에너지의 기부로 미니태양광을 설치한 뒤 전력사용량을 비교해 본 결과 올해 2월 전력사용량은 16만3445kWh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23만2106kWh)과 비교해 약 3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전기요금으로 비교하면 월평균 전기요금 단가는 622원/㎡에서 427원/㎡로 감소했다. 주거면적 33.87㎡인 세대의 경우 전기요금이 월 2만1060원에서 1만4470원으로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건물 옥상 표면에 특수 도료 등을 활용해 지붕의 온도와 건물에 유입되는 열을 낮추고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쿨루프(Cool Roof)를 사회복지시설과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50개소에 시공할 계획이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이른 폭염주의보가 연일 지속되고 있는 만큼 에너지빈곤층의 여름살이는 일반 시민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어졌다”며 “선풍기 등 여름 물품 지원을 시작으로 근본적인 에너지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거에너지효율화까지 시민과 기업, 그리고 서울시가 협력해 에너지빈곤층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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