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손보거나, 신재생에너지 지원 늘리는 게 관건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솔대마을에서 열린 에너지프로슈머 이웃간 거래 실증사업 출범식.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솔대마을에서 열린 에너지프로슈머 이웃간 거래 실증사업 출범식.

‘에너지프로슈머’가 국내에 정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위주의 전력공급 방식을 소비자들의 능동적인 에너지 생산, 소비, 판매가 가능하도록 전환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재 단계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때문이다. 에너지프로슈머가 본격화된 2015년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정책을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는 이상 프로슈머의 미래는 어둡다고 진단한 바 있다. 에너지프로슈머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쓰고 남는 만큼 이웃에게 판매하는 제도다.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시티솔라포럼에서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에너지 프로슈머가 성공하려면 전기요금이 인상되거나, 태양광 발전단가가 전기요금보다 낮아져야 한다”며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각각 정책 방안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방안을 활용할 수 있다”며 “반대로 샌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추려면 정책지원이나 보조금을 지원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전기요금에 반영돼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소비자 스스로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고, 에너지프로슈머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본부장의 의견이다.

하지만 섣불리 전기요금을 손댈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에너지프로슈머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한전이 판매하는 전기가 더 싼데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굳이 이웃에게 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그나마 에너지프로슈머의 거래 유인 중 하나였던 누진제가 완화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 본부장은 “전기요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주택용 누진요금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누진제가 없으면 거래유인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대신 시간별, 계절별 요금제를 도입해 요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계시별 요금제는 산업용, 일반용 일부에만 적용하고 있는데 주택용에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면 소비자가 그에 맞춰 전력소비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에너지프로슈머가 현재 국내 전력시장 상황에 어울리는 제도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이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대신 안정적인 전력공급, 저렴한 전기요금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이에 대해선 별다른 불만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만족하는데 복잡한 에너지프로슈머를 왜 해야 하는지 공감대가 부족한 것.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만들고,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굳이 에너지프로슈머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원전, 석탄화력발전소가 퇴출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고, 전기를 자가 생산·소비하는 소비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본부장은 “에너지 분야 기술발전과 전력 공급체계 변화로 인해 분산형 자원의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소규모 분산자원이 한전과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에 대비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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