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싼 전기요금 탓에 존재가치 상실

일반 소비자가 소규모 신재생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에너지프로슈머’ 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누구나 전기를 사고 파는 시대가 당장이라도 올 것처럼 정부가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실효성이 부족한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프로슈머는 규모가 작은 태양광 발전을 가정에 설치해놓고 생산한 전력을 다시 되팔 수 있는 제도다. 지금은 한전만 전기 판매를 독점하고 있지만 에너지프로슈머가 활성화되면 전력 소매시장이 일부 개방될 가능성도 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다 못 썼을 때 버리는 게 아니라 가까운 이웃에 팔아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전기요금 하에서는 에너지프로슈머의 존재가치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이 너무 저렴한 탓이다. 태양광 발전단가가 하락해 전기요금보다 낮아진다면 모를까 굳이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산다는 사람은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에너지프로슈머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추가요금을 주더라도 이웃에게 태양광 전력을 구매하는 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누진단계가 높은 가정은 적은 양의 전기를 이웃의 태양광 발전으로부터 구매하면 누진구간을 1단계 낮출 수 있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대신 일정량의 전기를 사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누진제가 완화되면서 이마저도 장점이 사라졌다. 누진제가 없는 에너지프로슈머는 거래 유인이 전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 그래도 에너지프로슈머의 장점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었는데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누진제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손대야 한다”며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면 에너지 절감의 필요성을 높일 수 있고, 그만큼 새로운 사업모델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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