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탈석탄・탈핵 발표는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냈지만 저탄소・에너지저소비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사진></div>
문재인 대통령의 탈석탄・탈핵 발표는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냈지만 저탄소・에너지저소비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사진>

고리 1호기 해체는 탈원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 원전에 방점을 찍은 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은 계속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체되는 원전은 오는 2029년까지 12기로 대폭 늘어난다.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시작으로 탈원전 가속화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원자력계는 물론 산업계 등 사회 전반에서 전기요금 인상(폭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리1호기 정지, 2015년 제12차 에너지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

값싼 전원인 원자력발전이 줄어들 경우,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며 특히 미세먼지 때문에 석탄화력까지 건설이 중단되고 폐쇄되면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는 물론 요금폭등은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결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이후 대책 없이 원전을 세웠다며, 주류 언론들은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좀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리 1호기 정지는 지난 2015년 5월 12일 제 12차 에너지 위원회에서 결정됐다.

당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에너지위원회 회의 직후 “원전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영구 정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결정하며 진통을 겪었지만, 탈원전의 로드맵은 당시 만들어진 것이며,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행 의지가 강해졌고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 뿐이다.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요금폭등은 요즘 뉴스의 단골 메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을 가동하지 않을 경우 2030년 원전 비중이 현재 30%에서 18.0%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규 석탄발전 건설이 중단되고 기존 석탄발전을 30년 가동 후 폐지한다면 2030년 석탄발전 비중도 현재 39.6%에서 24.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언론들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2029년 발전비용은 지금보다 21% 증가하는데 이를 반영할 경우 각 가정마다 월 1만2510원의 전기요금이 오르고 1년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15만 원 정도 더 내야 하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도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보다 먼저 탈(脫) 원전 정책을 시행한 독일과 일본의 경우 전기요금이 20% 안팎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당 정유섭(인천 부평갑)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시행될 경우 가구당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약 31만 4000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발전소 12기 준공, 당장엔 전력수급 지장 없을 듯

그렇다면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탈핵·탈석탄화력은 전력수급 위기와 요금폭등으로 이어질까. 당장 전력수급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도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석탄 7기, 액화천연가스(LNG) 4기, 원전 1기(신고리 3호기) 등 총 12기 준공으로 11GWh 규모의 전력을 추가로 생산하고 있어 전력 수급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당분간은 정지되는 발전기 보다는 신규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140만kW 용량의 신고리가 4호기가 시운전 중이며, 신한울 1호기(140만kW), 신보령 2호기(100만kW)도 본격적인 전력생산에 들어간다.

중장기 적으로 본다면 신고리 5,6호기 처럼 현재 건설중인 대규모 발전설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더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초기에는 신규건설 중단을 천명했다가 30%공정을 보이고 있는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원자력계, 원전정지 보다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

원자력계는 설계 수명을 다한 원전의 정지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하는 것 보다 먼저 고민해야할 것은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해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의견을 모으고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원자력 발전소 내에 쌓이는 사용 후 핵연료다. 매년 원전 각 단지에서 약 750톤씩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하고 있으며, 고리원전은 지난 2016년 포화됐다. 저장능력을 늘려 2024년까지 시간을 벌었다고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저장 능력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만큼 원전 계속운전 보다 중요한 것이 이 문제다.

산업부에 따르면 월성원전은 2019년, 한빛은 2024년, 한울은 2037년 포화가 예상된다. 계산대로라면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 없으면 원전을 돌리고 싶어도 돌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도 있다. 수명연장만 능사가 아니라 원전이 안고 있는 다양한 현안들을 함께 풀어야 한다.

전기요금 폭등도 과도한 해석이다.

주요 언론들이 당장 요금이 폭등할 것이란 자극적인 기사와 제목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지만, 단언컨대 유가만 안정된다면 요금은 더 떨어질 수 있는 요인이 있지, 오를 요인은 없다. 일부 언론에서 2029년 원전과 석탄이 계획대로 모두 스톱했을 때를 산정했는데, 전기요금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원의 구성보다 국제유가와 환율이다.

또 석탄화력과 원전이 줄면 산업용 요금이 오르기 때문에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지만, 산업용 전기가 원가회수율에 이른 것은 최근 2~3년이며, 지난 40년 넘게 원가보다 낮은 전기공급 혜택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지금도 대기업이 사용하는 계약전력 300kW 이상 산업용(을)의 경부하요금은 50원~60원대/kWh 밖에 안 된다.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서는 반드시 손을 볼 필요가 있으며, 원가에 기반한 요금체계로의 개편은 시급하다.

특히 석탄과 원전이 줄어 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줄게 아니라 전기생산 원료의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번을 계기로 ‘고효율 전력 저소비 사회’로 어떻게 전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의 탈핵정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에너지정책이 아닌 에너지소비를 줄이면서 문명의 이기인 전기를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작이다.

(뉴스 인 포)전력 정책의 핵으로 떠오른 신고리 5・6기, 8조3천억 신한울 3・4호기 건설 기대감도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원전건설 전면 백지화를 천명했지만,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했다.

입장 유보에 대해 환경단체는 탈핵 로드맵 중 핵심인데 건설 중단을 명확하게 매듭짓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반면 원자력계를 비롯한 전력산업계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마찬가지로 신한울 3,4호기도 건설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도 살아있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사업은 2022년 준공을 목표로 총공사비 약 8조 3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 국책사업으로, 2014년 11월에 한국수력원자력과 울진군은 신한울 원전 4개호기 건설에 적극 협조하는 조건으로 8개 대안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또 대안사업비 2800억원을 지급한 상태다. 정부가 신규 건설을 원천 중단할 경우 해당 지역 지자체와 정부 간 불편한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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