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현실성 없어” vs “신재생 확대는 시대적 요구”
제48차 원자력원로포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후보 시절부터 주장해온 신재생에너지 비율 20%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원전 기술의 수출길을 가로막는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2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48차 원자력원로포럼’은 원자력계의 이러한 불만이 쏟아진 성토의 장이었다.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망과 과제’라는 부제가 달렸던 이번 포럼에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놓고 열띤 토론이 오갔다.

김병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신형원전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이 일방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미국의 NEI(Nuclear Energy Institute)는 원전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해답이며,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에너지라고 말한다. 한국에선 마치 원전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소장은 “물론 원전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미국에도 UCS(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와 같은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단체가 있다”며 “그러나 한국에선 문제점을 바로잡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비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원자력계에서 반발이 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원자력계 원로들의 주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0년 이상을 한수원에서 일했다는 한 참석자는 “갑작스런 탈원전 선언은 수십 년간 흘러온 국가 에너지 정책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기조발제를 위해 참석한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특위위원장을 향해 “원전에 대해 잘 모르면 공부를 더 하고 오라”는 거친 언사를 내뱉기도 했다.

정도의 차는 있었지만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대해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는 “에너지는 사회적 선택의 문제인데도 원전과 관련한 여러 요인들을 고려치 않고 원전을 선택지에서 배제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며 “탈핵을 논하기 전에 원전 이용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이후 더는 원전을 이용할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 탈핵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특위위원장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국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요구”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OECD 가입국들의 신재생에너지 비율 평균이 21.3%인데, 한국은 2013년 기준으로 1.6%에 불과하다”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환경을 고려하자는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자는 것인데, 이를 현실성이 없다 지적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김 위원장은 “1970년대에 원자력이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화력발전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져 지금의 신재생에너지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원자력을 육성한 결과가 오늘날의 한국”이라며 “에너지 분야에서 국가 정책적 목표 수립은 필수적이다. 2030년까지로 연한을 정한 것도 그간 부족한 법 제도를 정비하고, 유인책을 써서 변화를 만들어보려는 시도”라고 부연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수반될 변화들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쏟아졌다.

신재인 한국핵융합가속기기술진흥협회 회장이 “원전을 빼고선 전력 수요량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김 위원장은 “2010년 이후 전체 전력 소비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정부 통계가 있다”고 받아쳤다.

또 현장을 찾은 여러 참석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운영 기술을 가진 한국의 수출길을 막으려는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원자력계의 반발은 이해하지만, 이제 원자력계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그간 형성해온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벌였다.

한편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라고 말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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