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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6월을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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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현 건설시공팀장
딸아이가 6살이 된 6월이니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 일이다. 고사리 같은 아이 손을 잡고 하얀 국화꽃 한 다발을 샀다. 그리고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았다.
“꽃을 드리고 싶은 분을 찾아볼래?”
영문을 모르는 아이는 초록빛 잔디밭에 줄지어 있는 수많은 비석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서있다 마음을 정했는지 어느 한곳에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손을 모아 잠시 기도를 드렸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서는 서대문형무소도 찾았다. 그 때는 둘째인 아들도 동행했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 수많은 애국지사가 수감됐고 목숨을 잃은 곳이다. 고문실과 각종 고문도구, 1평이 안 되는 독방, 사형장, 재소자를 강제로 노역시켰던 현장 등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당시 수감됐던 애국지사들의 수형기록표로 벽면이 가득 채워진 방에 들어서면 그들이 느꼈을 당시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모든 관람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면 거대한 태극기와 마주하게 된다. 그 때의 먹먹함이란.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는 내내 딸은 한숨을 내리쉬었다. 아마 내 마음과 같았겠지. 어린 아들은 아주 과격한 말을 섞어가며 일본을 비난했다. 못된 말을 썼다고 아이를 혼낼 수는 없었다. 아마도 가슴이 뜨거워진 모양이니까.
나는 남들보다 특별하게 국가관이나 애국심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족 중에 애국지사나 국가유공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좋은 엄마 코스프래’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기 위해서 얼마나 큰 희생이 있었는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의도된 체험이랄까.

아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정서를 지닌 청소년으로 자라고 있다. 현충일이나 광복절은 그저 쉬는 날일뿐. 어릴 적 몇 번의 이벤트가 아이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길 바라는 건 어쩌면 욕심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다시 현충일이 다가온다.
현충일은 1956년 지정됐다. 제정 당시에는 6.25 전쟁에서 전사한 호국영령을 기리는 날이었으나 1965년부터 일제시대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독립투쟁을 벌이다 희생된 순국선열까지 추모하게 됐다.
정부는 매년 6월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대한민국의 영웅을 추모하는 기념식을 개최한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주관의 기념식도 열린다. 또 오전 10시 정각에 사이렌을 울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도록 한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해마다 6월이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순국열사를 기리는 웅변대회가 열렸던 걸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우승한 학생들은 시·군 단위의 대회에서 실력을 뽐내곤 했다. 나 또한 참가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만큼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가 전국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시절이 달라졌다. 얼마 전 어느 언론사에서 서울의 초·중·고 학생 각각 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24명, 중학생 28명, 고등학생 54명이 현충일의 의미를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정말로?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사실이다. 화이트데이나 밸런타인데이 등 국적불명의 기념일은 열심히 챙기면서 국가가 지정한 공휴일인 현충일에 대해서는 의미조차 모른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현충일은 좀 더 색다르게 보내보길 제안한다. 가족이 함께 조기(弔旗)를 계양해도 좋고 가까운 기념관을 찾아도 좋다. 대한민국을 자신의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며 잠든 이들을 잠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이들과 다시 한 번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아볼까 한다.
작성 : 2017년 06월 01일(목) 12:23
게시 : 2017년 06월 02일(금) 10:26


진시현 기자 jinsh@electimes.com        진시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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