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脫원전·脫석탄’…기저발전 대체 구체적 대안 제시 없어 '아쉬워'
경제성 중심 에너지정책 전반 손질 필요성 대두, 에너지부 독립 논의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면서 대권을 노리는 정치계 주요 인사들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이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연스레 이들 후보군의 정책과 공약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해 파리협정, 석탄화력 미세먼지, 원전 안전 등 에너지 관련 이슈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데다 올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3차 에너지기본계획,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기후변화 기본계획 등 굵직굵직한 에너지 기본 정책의 수립도 예정돼 있어 에너지 관련 정책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원전·석탄화력 점진 폐쇄‘한 목소리’

유력 대선 후보 5인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원전은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여론이 커진 점,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취소판결 등의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탈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현재 가동중인 원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 석탄화력발전소 역시 신규건설을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만료된 발전소는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운영중인 발전소의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최신발전기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도 내비쳤다.

안희정 지사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비롯한 노후 원전 가동을 재검토해 원전, 석탄화력 중심의 전력수급 방식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충남지사로 일하며 주장해 온 ▲석탄화력 오염저감장치 개선 ▲노후 석탄화력 폐기 수명 30년으로 단축 ▲석탄화력 증설 중단 등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7일 울산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우리나라의 전력수요가 과대 평가됐다”며 “추가 원전 건설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 지역에 이렇게 많은 원전이 밀집돼 있는 것은 안전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장기적인 전력 수급을 검토해 현실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선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을 고려해 다음 정부의 객관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재명 시장은 ‘원전 제로화’가 정책의 지향점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엄청난 위험도, 장기간에 걸친 사후관리비용을 경제적으로 계산하면 원전은 결코 싸지 않다”며 “가동연한이 지난 원전은 가동 중단하는 것이 맞고, 가동 연장 시도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규 원전 설치는 중단하고 기존 원전도 노후 연한이 지나면 순차적으로 폐쇄해 원전 제로화 정책으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은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원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상황에서 기존 계획을 밀고 나가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유 의원은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동중인 원전 24기 중 18기가 동해안에 밀집돼 있다”며 “현재 건설·계획 중인 8기는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에 가동중이거나 건설중인 원전은 내진기준을 재판단하고, 기술적 보강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외 뚜렷한 대안 제시 없어…에너지 정책 전반 손질 필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설비용량기준 30%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 건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유력 대선 주자들은 하나 같이 신재생에너지발전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 의원이 가스발전의 활용을 언급하긴 했지만 높은 비중이 실려있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역시 현재 극심한 민원으로 인해 보급·활성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탈석탄화력, 탈원전 공약에 더해 에너지믹스 개편, 급전순위 변화 등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는 중이지만 지자체 인허가나 지역주민의 수용성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라며 “대선을 계기로 친환경 발전이 국가적으로, 지역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번 기회를 경제성 위주의 전력정책에서 비롯되는 원전, 석탄화력 중심 정책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석탄, LNG의 경우 발전설비비중은 비슷하지만, 발전량은 불균형 한 것도 경제급전이 원인”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위해서라도 환경, 안전급전에 따른 전기요금 증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순히 국민 정서에 부합해 표심을 얻기 위한 석탄화력·원전 반대보다는 보다 세세한 이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한 전력공기업 간부는 “아직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세부 공약이 제시된 것도 아니지만 에너지 정책에 대한 선언적 접근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전기요금에 환경비용을 포함시킨다든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규제와 민원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현재 기저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를 위해선 에너지부 독립 등 국가 에너지정책을 전담할 부처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있다. 대선 주자들은 아직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히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더미래 연구소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를 산업통상부와 에너지부로 분할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을 분리해 기후환경적 요소에 보다 초점을 맞춘 에너지정책이 입안돼야 한다는 의도다. 실제로 독일, 미국 등은 에너지부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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