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新 비즈니스산업 탄생
ESS・AMI・전기차 등 에너지신산업 전반에 영향

미국의 그린버튼 이니셔티브 홍보 인포그래픽. 소비자가 PC나 스마트폰으로 전력빅테이터를 간편하게 확인 할 수 있다.
미국의 그린버튼 이니셔티브 홍보 인포그래픽. 소비자가 PC나 스마트폰으로 전력빅테이터를 간편하게 확인 할 수 있다.

전력빅데이터의 무한한 가능성, 세상을 바꾼다

#.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은 ‘예측 배송’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고객의 주소지 근처 물류창고로 상품을 배송해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이 서비스를 위해 고객들의 기존 주문과 검색 내역, 반품내역, 마우스 커서가 머무른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구매 여부를 미리 예측한다.

#. 국내 모 카드회사는 자사의 월평균 승인 건수 2억건과 2200만명에 달하는 고객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카드상품을 만들었다. 소비패턴에 따라 맞춤형 카드를 내놓으면서 치열한 카드 시장에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빅데이터 연관 산업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데이터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별다른 의미없이 쌓아 두기만 했던 각종 데이터들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력산업에서도 빅데이터는 새로운 비즈니스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전기는 모든 국민이 쓰고, 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그만큼 데이터의 값어치도 남다르다. 고객의 전기 사용패턴을 분석해 전기요금을 절감해주는 서비스는 이미 시장에 출시됐다. 물론 현재로선 한전만 전력 사용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 빅데이터 업체 관계자는 “한전이 보유한 막대한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며 “이런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지난해 한전의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기 위해 전력빅데이터센터를 신설했다. 대대적인 전력빅데이터 공개에 나선 것이다. 한전 입장에선 자산이나 마찬가지인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 아쉬울 수 있지만 사업화를 앞당기기 위한 선택이었다. 한전은 기존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통신3사,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등과 함께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전력빅데이터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공개된 데이터는 총 130여종에 달한다.

막대한 데이터,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활용방안 달라져

전력빅데이터가 앞으로 가져올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전문가들조차 어떤 사업이 등장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컨설팅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수요관리 서비스는 존재하지만 단순히 사용량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전력빅데이터가 개방되면 기상정보, 국토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와 결합한 IoT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에너지 수요에 대한 예측을 토대로 전력 공급량과 수요를 조절하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력빅데이터는 독자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에너지신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지 등을 이용할 때 효율을 개선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스마트그리드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전력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의 전기, 가스공급회사 센트리카는 스마트미터로 수집한 에너지 소비 데이터로 요금제도를 개발하고, 미래 소비 동향을 예측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로 소비자들은 연간 최대 190파운드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전력회사 오파워는 날씨, 전력소비 패턴 등을 종합해 소비자에게 에너지 사용을 최적활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 당 평균 1.5~3.5%의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생소한 전력빅데이터, 해외서도 활용 사례 많지 않아

다만 그동안 전력빅데이터가 공개된 적이 없어 당장 활용방안이 나오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름처럼 데이터의 양이 워낙 많아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틸리티 사업자인 한전이 하루아침에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추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동안 한전에 데이터 공개를 요구해 온 업계도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요구해야 하는지 감을 못잡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력빅데이터는 로우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표준화시켜 손쉽게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하는 것. 경우에 따라 수십, 수백만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하는데 서로 포맷이 다르면 일일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표준이 없기 때문에 한전도 데이터를 제공할 때 일일이 작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존재한다. 전력빅데이터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그린버튼 이니셔티브’ 정도만이 성공사례로 존재한다. 미국은 그린버튼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전력사업자들은 그린버튼을 통해 에너지 사용데이터를 표준화시켜 소비자들과 공유한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수요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린버튼은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일조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 해결이 관건

한전이나 민간 업계에서는 앞으로 전력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꼽았다. 전력빅데이터는 개인의 생활패턴이나 인적사항 등이 포함돼 있어 사용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적사항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인적사항을 가리더라도 소비자의 동의는 받아야 하고, 한번 동의를 받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사용 목적에 따라 다시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개인정보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건행 한전 전력빅데이터센터장은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에너지 컨설팅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정보제공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한국도 데이터를 표준화하면 미국의 그린버튼 프로그램처럼 정보제공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빅데이터를 분석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빅데이터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아니고는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모르는 게 현실이고, 실제로 빅데이터 성공사례도 아직 드물기 때문이다. 또 빅데이터 분석은 데이터 전문가와 IT 부서만의 업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이런 인식부터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단계별 전력빅데이터 확대방안
한전의 단계별 전력빅데이터 확대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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