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의원 등 한전 신재생에너지 참여 허용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 발의
국회.업계는 한전 참여 긍정적, 정부와 소규모 사업자는 ‘글쎄’
SPC 운영 한계 분명, 해외진출 위해서라도 한전 참여 불가피

(편집자주)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성동갑)을 포함한 10명의 산업통상자원위원이 지난 10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사업 참여 허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파리협정이 발효됐고,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대응이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조직, 인력, 예산을 두루 갖춘 한전이 나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정안은 동일인에게 발전·송전·배전·전기판매·구역전기 등으로 구분된 전기사업을 두 종류 이상 허가하지 않는 현재 규정을 바꿔 일정규모와 자금력을 갖춘 시장형 공기업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포함한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 때는 당시 노영민 산자위원장이 같은 내용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반대가 있었던데다 일부 의원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참여에 더해 FIT(발전차액지원)제도의 재도입을 요구하면서 소위에 채 상정되지 못하고 검토만 거치다 폐기된 바 있다.

◆국회, 지지부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구원투수로 ‘한전’ 지목

정부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하려는 목적의 전력산업구조개편 취지를 퇴색할 우려가 있다는 점,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자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점, 민간참여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 등이 정부의 대표적인 논리다.

반면 국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한전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펼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규환 새누리당 의원은 한전이 계통연계비용을 지원하고, 접속용량을 확대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계통연계비용이 급증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철회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병완 산자위원장은 지난 11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공개적으로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키도 했다.

한전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올해 국감에서 “한전은 많은 투자를 통해 신재생발전 확대에 어려움이 없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한전이 신재생에너지발전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지지부진한 보급, 활성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사업법 개정, 꼭 필요한가?

현재 한전은 전기사업법상 발전·판매 겸업금지조항으로 인해 정부가 인정하는 사업에 한해 SPC 출자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 중이다. ▲밀양 희망빛 발전사업 ▲학교옥상 태양광 사업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 ▲새만금 풍력사업 ▲제주 한림해상풍력 ▲대구 테크노폴리스 청정에너지 공급사업 ▲울릉도에너지자립섬 등 7건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체 용량만 650MW를 웃돈다. 굳이 전기사업법을 바꿔가면서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한전에게 맡길 이유가 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SPC 운영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문은 쉽게 풀린다. 우선 SPC에서는 한전이 경영권을 확보할 정도로 지분을 투자할 수 없다. 한전 지분이 과반을 넘으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기재부에서 SPC 설립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이 없으면 자연스레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게 되고, 조율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출자사 간 이해관계나 갈등요인이 발생할 수 있고, 의사결정에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는 투자대비 회수기간이 장시간 소요돼 수익성 중심의 민간기업의 참여가 저조하고 출자사를 모집하기도 쉽지 않아 SPC 설립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금융제도의 활용에도 어려움이 있다. 에너지신산업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PF 자금조달시 SPC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 대출로 사업성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생긴다.

사실상 한전이 주도하지만 한전이 보유한 인력·기술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고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하는 점도 SPC의 한계로 꼽힌다. SPC는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한전의 인프라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따르고, 민간출자사로 중대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있다. 아울러 목적사업이 종료될 경우 완료사업의 정보·자산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도 따른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금융제도의 활용에도 어려움이 있다.

한 SPC 관계자는 “에너지신산업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지만 PF 자금조달시 SPC의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 대출로 사업성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전이 직접 추진한 ESS사업은 한전 주도의 사업 추진으로 민간기업 33개사 참여, 기술개발과 트랙레코드 제공으로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전 신재생에너지 발전 참여, 어떤 장점 있나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 추세다. 2013년부터 2015년 글로벌 태양광·풍력발전 시설용량은 456GW에서 660GW까지 45% 성장했다.

우리나라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현실적인 장애요인이 많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수익성의 주요 기준인 SMP는 지속적인 하락세고, 비좁은 국토와 개발여건의 한계 등 문제점으로 수익성 중심의 민간은 대규모 투자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정우택 의원실에 따르면 민간발전기업의 신재생에너지 투자금액은 2010년 3조5540억 원에서 2014년 8740억원으로 급감했다.

정부는 2029년까지 33GW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3.7GW 증가하는데 그쳤다.

목표달성을 위해선 연평균 발전용량이 1.8GW 이상씩은 확대돼야 하지만 가장 많은 증가가 이뤄진 2016년에도 연간 1.5GW 증가했다. 경제성에 얽매이는 투자방식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수익구조 악화시 목표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용량 위주 신재생에너지 발전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1MW 이하 소규모 태양광발전이 95%를 점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가 분산형전원, 친환경 청정에너지로서 기저부하를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정기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이른바 ‘노후대비용’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변전소 등 대규모 유휴부지가 많고 최근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자금에 여유가 있다. 때문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공기업으로서 경제성에만 매몰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산업 활성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통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용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다른 건 몰라도 민원 해소를 위한 경험과 노하우는 한전을 따라올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실증·시범사업을 통해 국내사업을 다각화한 뒤 한전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민간기업과 해외 동반진출을 꾀할 수도 있다. 현재 SPC 사업 실적은 한전의 해외사업시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정책 등에 따르면 프로슈머의 발전, 판매 겸업 허용은 물론 전력시장의 판매 개방을 포함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취지는 이미 변화되고 있다”며 “전면적인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선적으로 한전에만 전력산업 구조개편상의 발전, 판매 겸업 금지 제한을 유지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지자체, 사업참여 요청…업계, 시장독점 우려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참여에 대해 대부분 업계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대규모 신재생사업을 통해 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학회, 유관협단체, 지자체 등 한전에 대한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 참여 요청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산업 침체를 극복하고 산업 육성을 위해선 한전의 견인차 역할과 해외동반진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학회를 비롯한 학계도 신재생에너지 산업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자체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개발 주체로 지역진흥을 위한 사업을 발굴 중이며 최근 한전에 사업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다만 일부 업계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들어올 경우 시장독점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 수익성이 부족한 사업’이나 ‘특정 용량 이상’ 등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사업자간 사업영역을 개발규모 등으로 구분해 일정규모 이상에 대해 시장형 공기업이 참여토록 하고 소규모 사업자에게 동일지역개발 우선권이나 계통연계우선권 등을 부여하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 독점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한전의 사업 참여는 자재 제작사, 설계회사, 시공회사 등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해 전체 산업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송전사업자면서 전기판매사업자인 동시에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업자일 경우 전력시장을 교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최근 용량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계통접속의 경우 한전 설비에 우선적으로 지원해 공정하지 않은 시장 상황이 형성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전 측은 “한전은 전력시장운영규칙과 송배전용전기설비 이용규정에 따라 차별없고 공정한 업무를 수행할 것이고, 정부와 국회의 감시를 받을 것”이라며 “접속용량 부족현상은 특히 지가가 낮아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지가가 비싼 지역은 경제성을 이유로 접속용량이 남는 경우가 많은만큼 기존 사업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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