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교 기자
김승교 기자

기술력과 자본, 품질을 갖춘 국내 조명업체라면 누구나 해외 판로 개척에 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기자도 많은 업체와 만나며 그 목표에 대해 듣고, 이후 다시 취재에 나갔을 때 해외 진출을 성공했는지 되묻곤 한다.

결과는 열에 아홉 모두 ‘실패’거나 ‘답보’ 상태다.

전 세계 조명 시장도 분명 전통조명에서 LED조명으로 교체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실제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북중미 조명시장 개척을 위한 국내 조명업체들의 도전을 직접 취재했다.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콜롬비아 등 다수의 바이어가 있는 자리에서 직접 기술설명회도 펼쳤다.

반응은 뜨거웠다. 일본 못지않은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보다 고가지만 품질대비 적정한 가격은 구매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평균 5년의 개런티를 보장하는 것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성공과 실패의 한 끗 차이는 바로 ‘현지화’에 있었다.

미국 관계자는 광효율과 색온도, 배광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다. 오로지 낙뢰가 자주 발생하는 현지 사정에 맞춰 서지보호장치(SPD)가 어느 정도까지 견뎌줄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결국 현지 사정을 고려하다보면 추가적인 개발 비용이 들고, 이는 고스란히 국내 조명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였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성능을 조정하다보면 초기 제안에 못 미친 제품을 공급하고, 결과적으로 신뢰도가 추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떠올랐다.

단순히 개량적인 통계를 근거로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철저한 현지 시장 조사와 제품의 내구성 강화, 극한의 환경 속 실전테스트 등 철저히 준비한 도전만이 해외 시장 개척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

기업가들이 흔히 쓰는 ‘높은 위험에 높은 수익이 나온다’라는 말은 부족하다. ‘준비된 위험은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가 더 현실성 있는 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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