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한 해 동안 수행하는 전기공사의 규모는 25만여 건에 이른다.

이를 위해 매일 2000여명의 한전 직원과 1만5000여명의 협력회사 종사자들이 전국에 산재된 공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한 총 길이 48만km에 달하는 고압전선이 전국에 설치돼 있어 전력설비로 인한 국민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도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전력설비의 진단·측정·시험업무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감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으며, 실제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정전, 활선작업에 따른 감전의 위험과 철탑, 변전소와 같은 대규모 건설공사장에서의 안전사고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이후 재정투자 확대에 따라 전국에 공사현장이 많아지면서 안전사고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전기공사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 안전보안처(처장 김헌태)는 이러한 안전관리의 키워드로 ‘현장중심’을 첫 손에 꼽는다.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Safety Patrol 점검팀’을 구성해 공사 현장에 대한 불시점검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본사 및 사업소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팀은 공사현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공사현장에 대한 안전조치의 이행과 작업자 안전장구의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현장시정이나 안전지도서 발행을 통해 작업자에 대한 안전의식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점검팀이 모든 공사현장을 일일이 방문할 수 없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사현장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현장에서 시공책임자가 작업공정에 대한 핵심 사항을 촬영해 전송하면 감독자가 사무실 PC나 휴대전화로 작업자의 안전장구 착용이나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같은 현장 안전관리 실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5년간 안전사고 현황을 분석해보면 한전과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안전사고 재해자 수는 연평균 12%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187명이던 재해자 수는 2015년 98명으로 100명 선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의 경우 10월말을 기준으로 안전사고 재해자 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56%나 감소했으며,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사회적 손실비용도 약 670억원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안전보안처는 한전과 협력회사가 안전사고 감소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상생의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결과가 유의미한 지표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전사고의 유형과 원인을 들여다보면 아직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띈다.

한전에 따르면 재해 유형별로 사망이나 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추락과 감전 사고가 전체 사고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별로는 작업자가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안전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안전수칙을 위반한 경우가 90% 정도로 사고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안전보안처는 협력회사 종사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전보안처는 올 한 해 동안 공사현장의 작업 상황을 원격에서 동영상으로 확인하고, 사무실 담당자와 현장작업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사현장 원격 안전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철탑공사 현장 등에 시범 적용해 왔다. 내년부터는 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협력회사 종사자가 안전관련 규정이나 전기안전 상식 등을 e-러닝 콘텐츠를 활용해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한편 안전에 관한 전문지식 습득을 위해 사업소 안전담당자를 대상으로 직무능력 향상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한전 인재개발원을 통해 안전관리기법,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등의 교육도 권역별로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주관하는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에도 협력회사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이란 발주자와 협력회사가 공동으로 위험성평가 등의 기술지원을 통해 협력회사 사업장의 안전보건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사업이다.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안전장구의 착용불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작업자 친화형 선진 안전장구 개발 및 보급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안전보안처는 전력선 작업자에게 가장 큰 위협인 감전과 아크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안전대에서 금속부분을 절연하고 안전띠를 방염 처리한 그네식 안전대를 개발, 보급한 바 있다. 전력선 접촉으로 인한 일반인 감전사고를 예방하고자 전력선에 상시적으로 설치가 가능한 전력기기 상시설치 방호구(6종)도 개발했다.

고무장갑과 고무소매 등 안전장구 소재 개발 및 국산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작업자가 실수를 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Fool Proof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통해 휴먼에러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도 주력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안전관리 제도 정비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안전보안처 측은 전기공사 감리제도를 개선해 현장안전관리에 대한 감리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며, 안전보건경영 우수 협력회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병선 한전 안전보안처 산업안전부장은 “안전사고 재해자 수를 매년 10% 이상 줄여나가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안전에 대한 기술이 발전하고 제도가 잘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작업자 스스로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작업이 약간 불편하다는 이유로, 일을 조금 일찍 끝내고 싶은 욕심에 나와 내 동료의 생명을 담보로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준 전력산업 종사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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