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Again Back to Basic)’

2016년 전 세계적으로 ‘품질’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다양한 이슈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폭스바겐 리콜사태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삼성전자 갤럭시 S7 노트 배터리 폭발로 인한 리콜과 판매 중단사태 등 글로벌 기업들조차 ‘품질’ 문제로 존망의 위기를 겪고 있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활동을 통해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과 이해관계자에게 차별화된 만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대목이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Back to Basic’. 다시 품질로 각오를 다져야 할 때”라며 “기업들은 ‘품질이 신뢰요, 기업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품질경영을 경영의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한국기술센터에서 백수현 회장을 만나 우리나라가 한 단계 품질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품질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글로벌 품질의 벽을 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경주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품질경영 확산으로 이어져 우리 기업과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 세계 시장에서 ‘Made in Korea’의 영토를 넓히는 기반이 됐죠. 무역규모 세계 7위, 경제규모 10위권이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낼 수 있게 된 배경도 바로 한국 제품은 품질이 좋아 믿고 살만하다는 인정이 뒷받침됐죠. 하지만 최근 들어 규제개혁이라는 미명하에 품질과 안전보다 자율과 효율성을 강조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품질에도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백수현 회장은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인정받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품질’이라는 기본을 지킨 것”이라며 “기본을 외면한 채 변화와 혁신, 융합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품질’은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 삶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제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일지라도 국민의 삶을 위협할 경우 그 또한 ‘품질’ 문제로 지목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경쟁력 향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에서 현장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산업현장에서 품질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품질혁신 활동을 추진하고 확산시켜야 하죠.”

백 회장은 “품질경영은 고객만족을 지향하는 경영진의 리더십 아래 전 직원의 참여를 통해 기업 전반의 총체적인 품질향상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이라며 “품질을 담당하는 부서만으로는 품질경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경영진을 비롯한 전 직원의 참여를 통해서만 기업의 총체적인 품질향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몇 년 전부터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품질 관련 의무교육이 폐지됐습니다. 이전에는 1년에 8시간 정도 교육을 받도록 돼 있었는데, 불필요한 규제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폐지된 것이죠. 하지만 품질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이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백 회장은 KS인증기관의 복수화와 인증심사원의 자격 완화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1963년부터 도입된 KS인증은 그동안 한국표준협회가 단독 KS인증기관으로 지정돼 관련 업무를 수행해오다 이제는 다른 기관들도 KS인증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게 됐습니다. KS 인증기관이 복수화 되면서 앞으로 기업들은 시험인증기관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죠. 물론 단독기관 인증에 따른 불편함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증시장 규모와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할 때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KS인증은 그동안 단독 인증기관 체제 하에서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기관이 인증을 내 줄 경우 기업의 편의 제공이라는 미명하에 저가경쟁이 심화되고, 시험기준도 완화돼 품질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인증심사원의 자격기준을 특별기술자(일당 약 35만원)에서 고급기술자(일당 약 25만원)로 낮추기로 했는데, 기술자의 인건비를 깎는 게 과연 개혁해야 할 규제인지도 의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KS인증도 ISO인증처럼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시장자율화만이 능사가 아니고, 오히려 시장질서가 무너지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며 “품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끝이 없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7노트의 성능을 높이면서 디자인을 슬림화하게 하려는 것은 좋았지만, 품질과 안전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결국 수 조원 넘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기업들이 가격을 갖추려고 직접 생산보다는 외주 비중을 높이는 것이나 품질전문인력 양성에 소홀한 것 등도 최고경영자의 품질경영마인드가 없기 때문이란 게 백 회장의 설명이다.

백 회장은 우리나라도 표준과 인증, 품질경영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생각할 때 조만간 중국이 표준 강국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IEC, ISO 국제 표준 분야에 많은 중국인들이 임원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품질에 대한 규제도 엄격해 향후 드론, 고속전철, 전기자동차 등 새로운 분야에서 중국의 표준이 세계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표준화조정위원회를 둬서 표준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 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제 표준을 주도하려면 많은 전문가들이 국제 표준 분야에서 일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며 “한국표준협회도 ISO50001(에너지경영시스템), ISO20121(지속가능경영시스템), ISO22301(비즈니스연속경영시스템)에 이어 지난 10월 15일 표준이 정립된 ISO37001(반부패경영시스템)과 내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등의 분야에서 인증과 교육업무를 통해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 회장은 “앞으로 첨단 제조기술과 ICT가 융합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품질과 품질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지난해 개정된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이 대개 3년이면 가능한 일이 7년이나 걸린 것도 기술간 융합으로 표준을 조정하는 게 늦춰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표준협회장으로 부임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CLO(Chief Listener Officer)로서 대내외적으로 소통하는데 중점을 둬왔죠. 이제는 내부적으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 표준협회가 현장혁신과 개선에 관해 고객사와 함께하는 동반자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표준과 품질경영파트너로서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백 회장은 마지막으로 “품질의 달 11월을 맞아 전기신문이 품질경영확산에 기여한 기업들을 소개하는 특집을 기획해 의미가 깊다”며 “표준협회도 23일 제42회 국가품질경영대회를 개최해 품질경영혁신 활동으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우수기업과 경영인, 근로자를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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