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을 시작하기 전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톱으로 나무를 열심히 썰고, 손으로 사포질(샌딩)을 하고, 망치로 못을 두드려 박는 모습.

하지만 실제로 접해본 목공은 내 예상을 뒤엎었다. 생각보다 톱이나 망치는 필요가 없었다. 요즘엔 워낙 좋은 전동공구가 많아서 직접 몸으로 하는 작업이 줄었고, 효율도 그만큼 높아졌다. 톱으로 나무를 자르려면 한참 걸리지만 전기톱은 몇 초면 해결한다.

가장 대표적인 공구는 전동 드라이버다. 요즘엔 웬만한 가정에선 하나씩 갖추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공구다. 전동 드라이버는 망치로 못을 밖는 작업을 단순화한다.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테지만 망치로 못을 박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반면 전동 드라이버로 나사를 박는 건 훨씬 쉽고 보기에도 더 깔끔하다.

나무를 자르는 전기톱도 종류가 다양하다. 테이블톱, 원형톱, 체인톱, 직쏘 등 전기톱만 있으면 나무를 간단하고, 정확하게 자를 수 있다. 처음 원형톱을 접했을 때 귀를 찢는 소리와 진동에 겁을 먹었지만 지금은 없어선 안 되는 필수 공구가 됐다.

나무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샌딩작업도 공구가 있으면 편하게 할 수 있다. 손으로 사포를 쥐고 열심히 나무를 닦다가 가시가 손에 박히거나,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동 샌딩기는 이를 비웃는다. 스위치만 켜면 알아서 사포가 돌아가기 때문에 샌딩기를 잡고만 있으면 작업이 끝난다. 나무의 두께를 조절할 때에도 굳이 대패질을 하지 않고 전동 대패기에 나무를 넣기만 하면 끝이다.

목공을 하다보면 다른 것보다 공구를 알게되는 즐거움이 크다. 공구를 다루는 방법만 제대로 숙지하면 작업효율은 거의 80% 이상 상승한다. 공구를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목수의 요건이 됐다.

하지만 전동공구를 활용하는 편리함만큼 특별함은 사라진다. 공구를 사용하는 건 나 자신이지만, 과연 내가 만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공구만 다룰 줄 알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전동공구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손으로 작업한 결과물은 그만큼 특별하다. 어떤 결과물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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