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욱 한양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이방욱 한양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소위 애플빠라고 불리우는 애플의 광신도까지는 아니어도, 아이팟 터치부터 시작된 애플에 대한 충성도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맥북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하루에 다루는 IT기기의 거의 대부분을 애플 제품이 차지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된 되에는 애플만이 갖고 있는 뭔가의 멋이 있지 않을까 싶고, 그 멋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라는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애플 창업주의 이야기를 한번 꺼내고 싶다.

그는 오늘의 애플이 있게 된 계기는 대학을 중퇴하고 우연히 청강하게 된 ‘타이포그래픽’ 수업이었다고 한다. 그 수업에서 서체의 표현방식과 아름다움에 매료된 그는 애플컴퓨터의 공전의 힛트작인 매킨토시를 구상할 때 이 기능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는 오늘날 전자출판의 시효가 될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다.

또 하나,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2를 발표하면서 이야기한 지금도 회자되는 인상적인 멘트가 있다. 그것은 기업으로서 애플이 갖는 정체성을 설명하면서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인문학과 결합된 기술이다. 애플은 변함없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다’라는 표현이다. 이후 공학인은 공학기술자로서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과장되면서 널리 인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인문학 열풍이라는 사회적으로 자못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이러한 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미 시들해져 버리고 단지 취업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많은 인문관련 학과들이 정원 축소의 압력이 시달리며, 푸대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매 2년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대전력학회인 2016 CIGRE 총회를 참석하면서, 나는 오랜만에 다시 한번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되었다.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 서 있다는 그의 표현 말이다. 그것은 늘 상투적인 국제학술대회 개회행사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정말 색다른 오프닝 세션을 경험한 것이다. 학술대회 하면 의례 주최측의 환영사, 개회사가 이어지고, 이번 총회의 핵심 주제에 대해 서너분 돌아가면서 초청강연이 이어지면서 말 그대로 틀에 박힌 형식으로 흘러가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 CIGRE 개회식에는 이런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버리고, 청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음악회와 학술대회 주제 발표가 맛깔나게 버무러지면서 진행된 것이다. 1500여명이 넘는 세계 도처에서 온 전기분야 전문가들이, 강연 중간중간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자의 선율에 귀기울이며, 때로는 허밍으로 즉석 합창하는 그러한 장면은 처음이라 다소 어색하면서도 뭔가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창의성의 시대, 융합의 시대라고들 한다. 공학인들에게 창의성은 어떻게 발휘가 될까?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첨단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이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맥스웰방정식, 미분방정식, 회로도와 설계 도면에서 허우적거리며 지내는 전기인들에게 뭔가 색다른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마음의 여유나 시간 투여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렇게 살아간다면, 거기서 어떤 창의적인 결과물이나 원천적인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요즈음 ‘딴 짓’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딴 짓”은 자기의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생활 속에서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며, 재미도 있고 즐거운 삶의 가벼운 일탈 행동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겠다. 인간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무엇, 더 나아가 자기 일상의 삶의 즐거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그 무엇, 그 ‘딴 짓’으로 인해 본업도 더더욱 몰입할 수 있고 성과도 낼 수 있는 그 무엇, 이것을 ‘딴 짓’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근래 나의 딴 짓은 지금껏 몰랐던 LP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LP음반을 이것저것 사모으면서 아날로그 음악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또, 그동안 이걸 왜 듣고 있나라고 여겨졌던 재즈음악에 요즈음 귀가 기울여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삶의 활력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 뭔가 딴 짓 거리를 갖고 있으신지?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들 한다. 다들 딴짓거리 하나씩 장착하고 천고마비 계절을 즐겁게 살아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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