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수 GE 그리드솔루션 부사장
양문수 GE 그리드솔루션 부사장

지난 달 23일은 제 환갑 이었습니다.

그날도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분주한 하루였습니다.

Cigre 참석차 프랑스 출장 중이었고 당일은 독일 북해 Dolwin에 설치하고 있는 VSC 현장 방문하기로 해서 새벽에 일어나 길을 나서야 했습니다.

요즘 시대 환갑 이란게 달리 삶에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많은 의의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단 직장에서 달려 갈 길 다 갔다... 는 점에서 안도감과 명예롭다는 기분이 먼저 찾아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년을 맞이한다는 뜻은 삶의 한 단락을 마무리 하고 방점을 찍는다는 것입니다.

젊은 날엔 명예라는 부분은 별로 관심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먹어 갈수록 있을 땐 잘 모르지만 만약에 잃는다면 모든 것 합한 것 보다 더 중요한게 ‘명예’ 라고 생각 합니다.

명예란 물질적인 것도 아니기에 우리에게 풍요를 주지는 않지만 개인의 자존감, 자부심 그리고 타인의 평판 및 시선입니다. 그래서, 중세 근세에 유럽인들은 명예에 목숨을 건 결투를 했습니다. 사관학교의 교훈 중 하나가 명예입니다.

서양의 기사도, 우리의 선비 또는 양반, 일본의 사무라이 이 모든 지배층의 근간은 명예입니다. 사회생활 시작한지 34년 이란 세월을 회사에서 보냈는데 국내 기업에서 11년 글로벌 기업에서 23년을 보냈습니다. 그 모든 시간들이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귀한 경험으로 자산이 되었습니다. 전 명예를 지켰다는게 가장 큰 안도였습니다. 그리고, 자유함을 만끽 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수군 출신이 아닙니다. 첨엔 육군에서 출발하셨습니다.

임진왜란 때 해전은 장군으로서도 처음 겪어 내야 하는 전투였습니다.

장군께서도 많이 두려우셨을 것이고 경험 없이 치러야 하는 전투였기 때문에 너무 무서웠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장군께서는 나라를 구하셨고 전사에 길이 남을 공훈을 세우셨습니다.

우리는 해전 최고의 장수 이순신 장군을 기억 하지만 그분의 출발지는 육군에서 시작 하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산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혁신하고 성과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김훈 작가의 소설 중 ‘남한산성’과 ‘칼의 노래’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있습니다. 청의 침입과 왜의 침입이란 관점에서 국난이었고 형세가 지극히 어려웠기에 언제나 가장 먼저 다가오는 문제는 ‘먹는 것’입니다. 사실 먹는 것은 우리의 소소한 일상입니다.

오늘 잘 먹었다고 앞으로 안 먹어도 되는 것 아니고 지난 날 잘 견디었다 해도 다가 올 날은 또 다른 도전입니다. 지나간 끼니는 이미 지나 갔고 다가 올 끼니는 그저 걱정.. 큰 근심거리입니다.

우리의 산업계가 이러하고 직장인들의 현실 또한 동일합니다.

지나간 세월에 쌓은 실적은 지나간 끼니이고 , 나는 오늘을 살아 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오늘이 올해이고 내일이 내년인 것입니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이나 목숨이 오고 가는 전쟁 중에도 먹거리는 당장 매일 매일 눈앞의 현실 이었듯 기업의 실적 또한 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의 산업계 변동은 엄청 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트랜드, 기술이 요구 되고 있습니다. 설비는 포화 되었고 강성 노조와 비싼 인건비로 더 이상 국내에 신규 제조 공장 증설 신설은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설비 규모가 글로벌 톱10 수준에 도달 되어 있습니다. 빅데이타를 기반으로 설비 디지털화로 효율과 이용율을 높여 미래 먹거리 창출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더욱이, 탄소 배출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설비로의 기술 개발은 자동차 타이어처럼 고속으로 주행해야 하고 역설적으로 필요시, 급제동이 가능해야 하는 모순되지만 그 모순을 성취해 내는 기술처럼 또 다른 큰 기회의 장입니다.

오늘을 살아가기에 만만하진 않지만 높은 이상을 지닌 열정 있는 사람이라면 결단코 잘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며 노력하는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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