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유자격 공급업체 감소...기자재 품질 하락 우려
한수원, 올해부터 공급업체 관리방안 개선, 건전한 경쟁 유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2011년 원전 납품비리 이후 급감하고 있는 우수 협력업체를 육성·지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한수원에 따르면 원자력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급사는 2011년 1054개에서 지난해 793개까지 감소했다. 5년만에 25%가 줄었다. 2011년 이후 불거진 원전 납품비리 이후 품질요건이 강화되고, 이로 인한 비용이 상승하면서 공급업체들의 이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전 건설이 지연되면서 시장 규모가 축소됐고, 연간 5000만원이 드는 자격 유지비용대비 수익성도 악화됐다. 비용은 상승했는데 과거 구매사례에서 비롯된 낮은 예정가격으로 인한 부담도 가중됐다. 공급환경이 나빠지자 유찰률은 반대로 높아져 2011년 26%에서 지난해 68%까지 치솟았다. 입찰참여 업체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기자재 품질이 하락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서원 한수원 SCM 차장은 “원자력 기자재 납품 사업은 평균 3.7년에 한번 발주되는데 자격 유지비용은 연간 5000만원 이상 발생한다”며 “이로 인해 협력사가 줄고 적기에 자재 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원전 안전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2012년부터 공급업계를 대상으로 품질강화 교육, 멘토링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공급업체 관리방안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한수원은 지난 22~23일 서울 역삼동 HJ컨벤션센터에서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품질실무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올해부터 변경되는 협력업체 선정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회에는 200여개 협력사의 품질부서장과 담당자 350여명이 참석했다.

한수원은 우선 공급자 등록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이전에는 품질보증처가 공급자 등록을 총괄했지만 앞으로는 품질심사에만 집중하고, 조달처가 등록창구와 경영심사 업무를 맡는다.

유자격 공급자 유효기간도 기존 3년에서 4년으로 연장된다. 이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원자력안전연구원과 논의를 마쳤고, 지난 8월 공급자 등록관리 절차서 개정을 마무리했다. 다만 KEPIC, ASME 등 필수 인증서를 요구하는 품목은 인증서 유효기관 내에서 관리된다.

반대로 등록심사 기간은 단축된다. 통상 접수 후 4~5개월은 기다려야 심사가 끝나지만 이제부터는 서류심사 1개월, 현장심사 2개월 등 최대 3개월이면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한수원이 공급자 관리 개선을 위해 업계 의견을 청취한 결과 주요 개선항목으로 꼽힌 신청서류 간소화도 이뤄진다. 앞으로는 윤리행동강령, 청렴계약 이행각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신용평가서 제출시 금융거래확인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지만 생략해도 무관하다. 이외에도 한수원 납품실적 증명서, 자체평가표, 신청품목 카탈로그 등도 생략된다. 재등록 시에는 수정분만 제출해도 된다. 재등록 기한이 되면 자동으로 이메일이나 전화로 알려주도록 했다.

이외에도 공급자 관리시스템을 재구축해 심사, 등록, 정보관리 등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공급자의 이력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차기 계약시 적정 공급자인지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터뷰)정대욱 한수원 품질보증처 외주품질팀장

“원전 납품비리, 위·변조 사건은 원자력 산업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 뒤로 한수원은 품질 강화, 재발 방지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2012년부터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멘토링 서비스, 품질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고요. 언제든지 홈페이지를 통해 멘토링을 신청하면 직접 방문해서 자문을 해주고, 품질 교육 후에는 수료증을 발급해 공급자 등록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정대욱 한수원 품질보증처 외주품질팀장은 자재 품질 강화를 위한 업무를 수년간 담당해왔다. 2012년부터 고리원전본부에서 품질보증업무를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5년간 품질업무를 담당하며 지켜본 결과 국내 원자력 기자재 품질수준이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납품비리 이후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품질요건이 강화된 덕분이다.

“공급 등록업체를 대상으로 품질감독, 모니터링을 엄격하게 실시했습니다. 원전 관련 비리를 방지하고 공급 생태계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죠. 다만 앞으로는 품질강화에 맞춰 공급업체 관리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공급업체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정 팀장의 말처럼 규제는 규제대로, 품질은 품질대로 강화해 원전 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게 한수원의 목표다. 합리적인 공급관리가 이뤄져야 기자재 납품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공급관리 체계를 개선하기 때문에 매년 감소한 유자격 공급업체 수도 내년부터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한 품질관리도 지금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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