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절반 신규채용 ‘감소’…채용절벽 우려

중전기기 대기업들의 올해 하반기 인력 채용은 지난해보다 대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청년취업난 속에 ‘채용절벽’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효성은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효성, LS그룹 등은 9월부터 대졸 신입 공채에 나서고 있다. 일진그룹은 10월에 공채 일정이 나올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하반기 대규모 공채 대신 사업본부별로 기술, 연구 등 필수 인력에 대해 신입·경력사원을 일부 채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1000여명의 신규 인력을 뽑았고, 올해 상반기에도 약 500명을 채용했지만, 하반기 채용 규모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계에서 ‘빅3’ 중 현대중공업만 하반기 채용을 실시하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은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 E1 등 5개 계열사가 다음달 4일까지 공채를 진행한다. 올해 채용 규모는 400여명으로 지난해 500여명에 비해 다소 줄었다. 다만 LS그룹은 상반기에 작년보다 100명 가량을 더 채용해 연간 기준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효성은 9월에 시작해 11월까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전형을 진행한다.

섬유, 화학, 산업자재, 중공업, 건설, 정보통신, 무역 등 다양한 사업부문에 걸쳐 총 500여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 중인 효성은 지난해보다 약 두 배 정도 채용 규모를 늘렸다.

일진그룹도 10월쯤 하반기 신입 및 경력사원을 공개 채용할 예정이다. 매년 일진그룹은 일진전기를 비롯해 일진머티리얼즈, 일진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들이 통합 공채를 진행한 바 있다.

대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전기업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2016년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서 국내 대기업 2곳 중 1곳은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210개사 중 48.6%는 올해 신입과 경력을 포함한 신규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지난해와 ‘비슷’한 기업은 40%, ‘증가’하는 기업은 11.4%에 불과했다.

작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전년 대비 신규 채용 규모가 감소한다고 답한 비중은 12.8%p 늘어난 반면, 증가한다고 답한 비중은 8.2%p 줄었다.

기업 규모로 보면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보다 301~500위 기업이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유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300대 기업의 경우 지난해보다 ‘감소’(48.1%) 또는 ‘비슷’(37.4%)한 기업이 85.5%로 나타났고, ‘증가’는 14.5%를 차지했다.

301~500위 기업은 ‘감소’(49.4%) 또는 ‘비슷’(44.3%)하다고 답한 기업이 90%를 넘어섰다. ‘증가’는 6.3%에 그쳤다.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기업의 절반 이상(52%)은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를 이유로 꼽았다. 이외에 ‘회사의 내부 상황이 어려워 신규채용 여력이 감소’(32.4%), ‘정년연장으로 퇴직자가 줄어 T/O가 부족해서(9.8%)’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늘리는 이유로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인재확보 차원에서’(62.5%), ‘회사가 속한 업종의 경기상황이 좋거나 좋아질 전망이어서’(29.2%) 등이 꼽혔다.

올해 대졸 신입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한 기업은 45.2%, 지난해보다 줄어든다고 답한 기업은 44.3%로 나타났다. 증가한다고 답한 기업은 10.5%로 나타났다.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62.9%의 기업이 ‘이미 도입했다’고 답했다. ‘도입할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21%, ‘도입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16.1%로 나타났다.

또 정부가 지난해부터 실시한 상생고용지원금 제도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6.2%에 불과했다.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85.2%, ‘없으나 신청 절차 중에 있다’가 6.2%였다.

상생고용지원금은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청년 신규 채용을 늘린 기업에 2년간 직원 1인당 연간 1080만원(대기업은 54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올해 국내외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업 시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년을 연장한 기업은 임금피크제 도입 또는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화하고, 정부는 상생고용지원금 같은 청년고용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청년일자리를 늘리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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