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 모두 (을)로서 국민 앞에서 평가 받는 자리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그 여름 폭염도 시간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슬금슬금 꽁무니를 뺴고야 만다. 기다리니 더위는 가고 있지만 국회에는 2016년 국정감사가 기다리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처음 맞는 국정감사다.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행정 경험 덕에 선배의원들로부터 초선같지 않다고 격려를 종종 듣지만 그저 밤도 세워가며 공부를 하는 수험생이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보좌진들과 열공 중이다. 떄로는 토론과정에서 생각이 달라 격론을 벌이기도 한다. 보좌진들과 다름을 인정하며 해법을 찾아 가는 과정은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상임위원회별로 법정된 기관에 대해 실시한다. 헌법 제61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기국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사를 실시한다. 국정감사를 받는 대상 기관은 ‘정부조직법’ 등에 의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기타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감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기관 등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도 지난 6일 2016년 국정감사 계획서 채택의 건, 서류제출 요구의 건, 증인 및 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진행하며, 감사 대상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 중소기업청,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56개다. 20대 국회의 첫 국감임을 감안해 소관기관을 모두 감사하기로 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함으로써 정책을 개선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다. 시민사회에서도 현장 모니터링 등의 방법으로 국정감사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국회가 견제하여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시민사회는 정부와 국회을 동시에 평가하여 감시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간 국정감사는 일부 피감기관을 상대로 윽박지르고, 폭로에 치중하고, 무차별한 증인신청 등으로 국민들의 지탄도 받았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 정책투명성이 개선되고 발전되어 왔다. 국정감사가 중요하고 잘 가꾸어야 하는 이유이다.

국회에 진출 후 처음 맞는 2016년 국정감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문화을 발전시키는데 선배 의원들과 함께 작은 도움이라도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번 2016년 국정감사는 당리당략적 정치공방이 아닌 상임위별 전문성을 바탕으로한 국정감사가 되어야 한다.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좋은 입법 및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봐주기식 질의도 없어져야한다. 오히려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잘못은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피감기관에 대한 인신공격 발언 등의 행위도 근절되어야 한다. 또한 한건주의를 의식한 근거 없고 무분별한 폭로행태로 국감이 '정치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여당은 책임있는 자세로 그동안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을 위해 추진된 정부정책의 추진 방향과 성과에 대해 꼼꼼히 진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야당은 정부정책 결정과 집행의 효율성 그리고 공정성에 대하여 냉엄하게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감사를 기대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가꾸어야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갑)이 아니다. 피감기관인 정부기관과 함께 (을)일 뿐이다. 국민 앞에서 평가받는... 초선 국회의원이 처음 맞는 국정감사가 설레고 긴장하는 이유이다.

헌법 제61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읽고 또 읽는다. 초심을 지키기 위해.

(정운천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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