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처리 과정 한눈에…홍보센터 매년 5만명 이상 찾아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원자력연료 사이클 단지 홍보센터에 전시된 저준위방폐기물 처분시설 내부모습. 천층보관방식으로서 드럼통을 눕혀서 보관한다.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원자력연료 사이클 단지 홍보센터에 전시된 저준위방폐기물 처분시설 내부모습. 천층보관방식으로서 드럼통을 눕혀서 보관한다.

일본의 원자력연료 사이클 단지가 있는 로카쇼무라까지 가는 길은 한국의 경주 원자력발전소 혹은 방폐장을 가는 방식과 비슷했다. 서울에서 도쿄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했지만 도쿄에서 일본 본섬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역까지는 도호쿠 신칸센을 타고 1시간 45분을 이동해야 한다.

하치노헤역에서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다시 1시간. 논밭, 삼나무숲을 지나 민가가 띄엄띄엄 나오는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로카쇼무라 원자력연료 사이클 단지 PR센터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원자력연료의 모든 주기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설이다.

일본의 방폐물 관리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함께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원자력연료 사이클 단지를 지난 22일 방문했다.

로카쇼무라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 고준위폐기물저장시설, MOX연료공장(건설 중), 우라늄농축공장, 저준위폐기물처분시설 등이 자리잡고 있고, 인근에는 단지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의 환경·인체 영향을 분석하는 일본 환경과학기술연구소가 위치하고 있다. 한국은 경주에 있는 중저준위방폐장과 성남시에 있는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이 전부지만 일본은 방폐물 처리를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이 이곳 로카쇼무라에 모여 있는 셈이다.

한국은 지난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경주에 준공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그 다음 단계는 고준위방폐물처리장 건설인데 일본은 이미 저준위부터 고준위, 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까지 한곳에서 해결하고 있다. 물론 일본 역시 고준위방폐물 최종처분장 건설이라는 숙제가 남아있지만 한국보다 두세걸음은 앞서가는 수준이다.

재처리 과정 한눈에 볼 수 있는 PR센터, 매년 5만명 방문

원자력연료 사이클 단지는 36년전인 1980년 처음 논의를 시작하고 차례로 관련 시설이 들어섰다. 단지를 홍보하는 PR센터는 25년 전 지어져 매년 방문객 5만명이 드나든다. 인구가 1만여명에 불과한 로카쇼무라의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적은 숫자는 아니다. 사카이 PR센터 부관장은 “9월에도 이미 시찰 예약이 많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센터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공정이 그대로 재현돼 있었다. 일본 전역에 있는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이곳 단지까지 운반하는 과정부터, 핵연료 집합체를 녹여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류해 다시 핵연료로 만드는 모든 공정이 지하 2층까지 펼쳐져 있다.

일본의 핵연료 재처리공장은 1993년 건설을 시작해 2006년부터 시험운전을 시작했지만 안전과 기술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아 2018년 상반기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현재로선 재처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재처리공장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영국과 프랑스에 사용후핵연료를 보내 재처리를 해왔다. 사용후핵연료를 보내고, 재처리를 마친 핵연료를 다시 운반하는 비용까지 모두 일본이 부담을 했다. 하지만 재처리공장이 가동되면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에서 재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사카이 PR센터 부관장은 “영국과 프랑스에 이미 보낸 2200개(집합체)의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돌려받고 있다”며 “현재 프랑스에 보낸 사용후핵연료는 전부 회수했고, 영국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500개를 5~6년에 걸쳐 돌려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불가능한 재처리, 일본은 2018년부터 가동

일본의 재처리공장은 연간 우라늄 800t을 재처리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고준위폐기물 4%를 제외한 핵연료 96%는 다시 원전에서 쓸 수 있다. 재처리 과정은 최대 60회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약 1600년 동안 반복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재처리시설은 건설비용만 2조1930억엔, 한국 돈으로 약 23조원이 소요됐다. 천문학적인 비용이지만 재처리를 함으로써 연료 수입비용이나 처분비용을 아낄 수 있다.

방사선의 인체·환경 영향 분석, 세계 최고 수준

로카쇼무라 외곽에 있는 일본 환경과학기술연구소는 원자력연료 사이클 관련시설로 인한 인체, 환경 영향을 연구하는 공익재단법인이다. 저준위 방사선과 방사능이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지역 주민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1990년 아오모리현 주민들의 요청으로 일본 정부가 설립했고, 이후 26년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교부금으로 운영되는데 올해 예산은 약 280억원으로 책정됐다. 장기간에 걸쳐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을 분석하는 기관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이곳이 유일하다.

주요 연구성과로는 저선량 방사선이 쥐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다. 저선량 방사선을 장기간에 걸쳐 쥐에 쪼인 뒤 이로 인한 영향을 분석했는데 1997년부터 현재까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연구에만 실험용 쥐 5600마리가 사용됐다.

약 7년간의 실험을 통해 실험용 쥐에 8000mGy의 방사선량을 쪼였을 땐 1분내에 즉사하지만 하루 20mGy씩 400일간 나눠서 쪼였을땐 약 100일 가량 수명이 단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mGy는 방사선 조사선량 단위로 1Gy는 1kg의 물질에 1J(약 0.24cal)의 에너지가 흡수된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의 원자력발전소 근무자의 연간 평균 조사선량은 20mGy 정도다. 쥐 실험은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인간의 경우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쥐의 수명이 단축되는 이유는 암 발생 때문인데 이에 대한 메카니즘을 연구소 내 ‘첨단분자생물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암수에 따라 생존율이 다르게 나온 결과에 대해서도 통계학적으로 원인을 찾는 중이다.

슌이치 환경과학기술연구소 연구본부장은 “저선량에 노출됐을 때의 반응은 1995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결과를 도출했고, 현재는 고선량에 노출했을 때의 반응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로카쇼무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환경영향연구부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로카쇼무라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재처리공장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의 이동경로와 순환과정, 또 이로 인한 인체 영향까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사할 수 있다. 공장에서 나오는 기체, 물에서 방사선이 어느 정도 있는지, 비로 내리거나 혹은 바다로 흘러가 농수산물에는 얼마나 축적되는지 모든 과정을 실험한다.

슌이치 본부장은 작은 유리창만 있는 밀폐된 실험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니 사과나무가 몇그루 보였다.

“사과나무에 방사선을 쪼였을 때 사과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실입니다. 쥐에 저선량을 쪼이는 실험을 한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굳이 사과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사과가 아오모리현의 특산품이기 때문이다. 아오모리현은 일본 내 사과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도시다. 현을 상징하는 꽃도 사과꽃이다.

일본의 기상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인공기상실험실도 갖추고 있다. 인공기상실험실은 실내에서 인공적으로 눈, 비, 태양광, 안개 등을 만들어 일본의 기상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시설이다. 아오모리현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실제 재처리공장으로 인한 영향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슌이치 본부장은 “연구소에서 연구한 모든 내용은 아오모리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며 “연구소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환경과학기술연구소 본관. 연구소는 방사성 물질과 방사선의 환경 영향 등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원자력 인재 육성도 지원하고 있다.
일본 환경과학기술연구소 본관. 연구소는 방사성 물질과 방사선의 환경 영향 등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원자력 인재 육성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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