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에너지 자주개발률 제고 목표 하에서 공기업이 상당한 규모의 재원을 해외에 투자한 시절이 있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큰 불확실성, 공기업에 대한 적절한 모니터링의 부재 등에 따른 공기업과 정책당국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 공기업(사장을 포함한 임원)의 단기 성과주의 등은 공기업의 재무악화를 유발하였다. 공기업들의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투자 경쟁은 공기업 간 투자 관련 기능의 중복 문제도 심화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 사업의 부실은 걷어내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지난달 해외자원개발 사업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으로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등은 신규투자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대륙붕 등 정책적 필요성이 큰 경우에만 인정한다고 하였다. 또한 광물공사는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해외 사업에 지금까지 문제가 많았다는 점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다만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서 국내 여건, 자원산업의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공기업을 해외투자와 원칙적으로 격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와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광물자원 수입국이다. 금속 광물의 수입의존도는 99% 수준에 달한다.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 비중은 거의 30%에 이르는데, 제조업에 필요한 자원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 가격이 급등하면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비싼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희귀한 자원은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제조업부분 비중이 2013년 기준으로 25.8%인 반면 OECD 평균은 17.4%보다 훨씬 높다. 특히 에너지다소비업종인 철강, 석유화학업종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 독일, 일본 등과 같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광물 및 에너지 자원과 관련된 문제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스스로 확보하는 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자원개발 전문 기업이 없다. 그동안 정부가 민간의 자원개발투자를 독려해왔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고, 수익을 회수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며, 국가·환경·법률 등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하기에 민간이 독자적으로 참여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즉,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경우 투자 초기에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하는 등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성격이 매우 강하다. 큰 불확실성은 민간의 시장 참여를 어렵게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필요한 적정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된 문제는 주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 초래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의 행위에 대하여 정책당국이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공기업은 정책당국이 모르게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이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하고 정책당국이 공기업의 해외투자 사업에 대해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된 공기업의 긍정적 역할은 살려두고 북돋아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재원의 투입과 산출에 따른 수입 확보에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동태적 일관성 유지도 필요하다.

최근 그나마 자원개발에 동참했던 민간기업들마저 보유 사업을 매각하고 나섰다. 자원개발 관련 조직도 대거 축소했다. 자원개발은 장기 투자가 필수인데, 민간에 맡겨서는 연속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해외 선진국을 보더라도 자원 문제는 대체로 국영기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현재 세계 100대 광업메이저 중 18개사가 국영기업이며, Vale 등 초대형 메이저도 처음에는 공기업으로 출발해 충분한 성장을 이룬 후 민영화되었다. 우리처럼 해외자원개발에 늦게 진출한 중국은 알루미늄, 석탄 등 각 광종별로 따로 국영기업을 설립해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규모의 경쟁력을 갖춰야 후발주자로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작업 역시 정부와 공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매장된 자원에 대한 탐사․개발계획 수립 등의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자원개발 관련 수익이 남의 것으로 되어버릴 공산이 크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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