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최근 기록적인 무더위로 전력사용량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2시15분에 8421만kW의 순간 최대전력 사용으로 역대 기록인 8297만kW을 넘었고 예비율도 5.98%로 떨어졌다. 보통은 겨울에 높게 나타나는 연간 최대전력이 여름에 나타난 점은 전력수요가 이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더우기 기상연구소가 2020년까지 한반도 기온이 1.5도 상승하여 이상기후가 더 악화되고 여름이 19일 길어진다고 예상하고 있어 이제 예측이 어려운 이상폭염에 대비한 전력망의 운용과 안정성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기후 수요변화의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공급위주의 단편적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급관리, 수요관리와 함께 전력시장 운용의 효율을 같이 고려하는 다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전력망의 운용은 공급예비율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공급예비력을 최대전력으로 나눈 비율이다. 공급예비력은 발전기의 총 설비용량에서 고장이나 정비로 발전할 수 없는 용량을 제외한 ‘공급능력’에서 최대전력을 뺀 용량이다. 즉, 예비율 = (설비용량 - 고장 또는 정비 용량) / 최대전력 x 100으로 표현된다.

이 공급예비율의 최근 3년간의 변화를 보면 평상적으로 20~30%를 유지하지만 낮게는 5.6%에서 높게는 52.4%의 대단히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이상기후가 심해지고 기후와 연동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날수록 이 변동성은 더 커지게 된다.

공급예비율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예비율은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로 발전하여 유지하는 전력량이지만, 달리 말하면 비용을 들이고 환경을 희생하며 전력를 생산했지만 쓰지 않고 버려지는 전력량이다. 예비율이 52.4%였던 올해 1월 10일에는 발전한 전력의 절반 이상을 버린 경우이며, 2013년 8월 12일에는 5.6%까지 떨어져 전력 위기 직전까지 몰려 안정성이 위태로웠던 경우이다. 즉, 예비율이 낮을 때는 최대전력을 줄여 단시간에 예비율을 늘려야하며 이외의 경우에는 예비율을 오히려 줄여야 낭비를 없애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는 전력망 안정성을 위해 약 30%의 예비율 유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효율적 운용방법을 통하면 이를 10%정도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예비율의 효율적 운영의 중심에는 최대전력이 있다. 최대전력은 지난 8일처럼 순간 최대치를 기록한 시간의 전력량으로 한 달에 한 시간 일수도 있고 1년에 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전력수급정책에서는 이 최대전력을 중심으로 예비율도 계산하고 설비용량 계획도 수립하므로 최대전력을 낮추면 예비율 뿐만아니라 예비력과 설비용량도 비례하여 낮출 수 있게 된다. 최대전력의 최근 자료를 살펴보면, 1달에 약 3일 정도가 최대전력에 근접하는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3일의 하루 사용량에서도 2~3시간 정도에 피크가 몰려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달 기준으로 3일 x 3시간 = 9시간 정도만 최대전력을 관리하면 한달 전체의 예비력 및 예비율은 물론 설비용량까지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매일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예비율의 발전비용과 건설해야할 설비용량을 고려할 때 수십조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문제는 전력망의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최대전력을 낮추고 예비율을 줄이는 방법이 무엇인가이다. 이를 위해 발전소를 늘리는 공급측면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수요를 줄이는 수요측면은 수요관리가 유일한 대안이다. 수요관리 시장은 2013년 11월 개설 후 올해 5월까지의 등록용량이 3.27GW로 원자력발전기 3기에 상응하는 용량을 보유한 샘이다. 현재 운영중인 수요관리 상품은 1시간전 긴급절전하는 신뢰성DR과 하루전 입찰에 참여하는 경재성DR의 두 가지이지만 산업부는 올 11월부터 소규모 전력수용가에 더 큰 편익을 제공하는 ‘중소형DR’상품을 추가로 도입하므로 가정·상가 등 일반 소규모 전기수용가의 참여확대가 기대된다.

수요관리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서는 대상의 확대와 함께 전력망 정보에 연동한 수용가의 행동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예로 무더위철에는 공공기관의 냉방온도를 28도로 강제하는데, 이러한 절전운동은 정보화시대에 역행한다. 전력망의 예비율 정보에 연동하여 피크 상황일 때는 절전하지만 피크가 아닐 때는 자유롭게 냉방하여 업무효율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에너지IoT의 보급 등으로 자동수요반응으로 전력기기들이 전력망 정보에 스스로 연동하게 되면 전력망의 안정과 예비율 최소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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