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때 넘겨야 했다.” -충북 소재 A사 대표

“내년이면 무너질 업체가 여럿이다.” -경기 소재 B전선사 임원

“인원을 줄였다. 모두가 죽을 순 없었다.” -전북 소재 C전선업체 사장

최근 만난 전선업계 관계자들이 토로한 말이다. 요즈음 전선업계의 어려움이 담겨 있다.

전방산업의 불황과 내수 위축, 전기동 가격 하락, 경쟁심화 등 악재만 가득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경영진들의 속내가 그대로 담겨 있다.

원체 어려운 상황이라, 업계 분위기는 ‘경직’ 그 자체다.

공장가동률은 줄어들고, 설혹 늘어난 업체가 있어도 수익성은 예전만 못하다. 투자는 멈췄고 사람은 줄고 있다.

모두가 어렵다보니 안 되는 업체들은 물론이요, 일부 잘 되는 업체들도 ‘복지부동’이다. 나쁜 소식만 있고, 좋은 소식은 가슴에 묻는다. 괜히 나섰다 ‘공공의 적’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전력기자재 제조업계는 불황의 한복판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유독 전선업계에 드리운 암운은 다른 곳보다 짙다.

전력기자재 제조산업을 이끌고 있는 ‘중전 빅3’가 상반기에 선방했다는 소식처럼, 힘든 와중에도 나아질 희망이 보이는 타 산업과 달리 전선업계는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생존을 넘어 비전을 그려가는 곳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저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을 위안삼아 버티는 곳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현재의 위기를 빠져나가기 어렵다. 저성장이 구조화된 ‘뉴노멀’ 시대에 현재의 불황이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모른다.

위기를 냉정히 받아들이고, 현실을 명확히 분석·판단해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만 그나마 실낱같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전선업계 부활의 단초는 그저 호재를 기다리기보다 만들어가려는 능동적인 자세에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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