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불량·카피 ‘꼼수’ 부메랑…오로지 실력으로 ‘공정경쟁’ 환경조성 시급”

아이티씨는 전선 중소기업 중 탄탄하기로 유명한 업체다. 2008년 키코(KIKO) 사태에 휘말려 큰 타격을 입은 뒤에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위기 이전으로 재무건전성을 정상화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로 인해 아이티씨 명성식 대표는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탁월한 능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전선제조사 대표 중에서는 드물게 유학파 출신으로, 선진경영기법을 바탕으로 한 사업수완은 정평이 나 있다.

수년 전부터는 전선조합이 젊은 경영자들로 구성한 미래성장위원회 산하 신사업분과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실력이 아닌 꼼수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명성식 아이티씨 대표는 현 전선업계의 상황을 한마디로 진단했다.

“일부 몰지각한 업체들이 욕심에 불법·불량을 저질렀습니다. 이들은 가격으로 정도를 걸었던 이들의 발목을 잡았어요. 꼼수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확장한 이들도 경기불황으로 철퇴를 맞고 있습니다.”

명 대표는 “지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장 내년만 돼도 문 닫을 업체가 여럿이다. 돌파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조합이 불법·불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품질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고, 이전에 비해 범죄행위는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암암리에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이 존재해요. 하지만 이는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우리 전선산업의 목을 조르는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카피캣(copycat)’이다.

명 대표는 실력 있는 업체들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제품을 단순 모방하는 행위가 전선업계에도 퍼져있다고 꼬집었다.

“잘 나가는 기술·제품을 그대로 따라하는 이들이 있어요. 문제는 고생한 이들이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모방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큰 투자 없이 제품을 내놓는 모방업체들이 오히려 가격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 기술개발 업체들의 설 자리가 없게 되죠.”

실제로 명 대표는 최근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억원의 자금을 투자, 국산화에 성공한 철도용 조가선 제조기술을 모방하는 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용 조가선은 가공 전차선이 처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전력공급의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전선이다.

아이티씨는 2014년 350억원 규모의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입찰 담합과 중국산 조가선 납품 논란 이후 처음으로 국산화와 철도시설공단 납품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허 등록까지 마친 기술을 몇몇 업체가 따라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어요. 조가선에 쓰인 마그네슘 합금은 강도가 강해 연선 작업이 어렵고, 기존 기술과 설비로는 할 수가 없죠. 기껏 고생해 개발한 제품을 따라 하기만 하면, 누가 공들여 연구개발에 나서겠습니까.”

이와 관련 명 대표는 꼼수 없는 공정경쟁을 강조했다.

“현 시장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체별 특화 아이템이 필요해요. 1% 이익으로 경쟁하는 현 시장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범용 제품으로는 더이상의 미래가 없습니다. 나름 경쟁력을 가진 곳이라도 한계에 도달했어요. 결국 회사 별로 특화된 주력 아이템을 바탕으로 각자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모방보다는 진정한 실력을 쌓고 나만의 기술과 아이템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나가야 해요.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결돼야 할 점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질서입니다.”

명 대표는 또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M&A를 통해 부실기업을 없애고 우량기업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시장 현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기업별로 부채를 줄이고 부실한 사업을 쳐내는 자체 구조조정이라도 진행해야 해요. 현재의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채로 인한 이자는 회사에 큰 걸림돌이 될 겁니다. 기술개발과 재무건전성 확보 등 체질 개선만이 어려운 현실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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