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동 CBS 논설위원장 처세 지침서 ‘치망설존(齒亡舌存)’ 출간
단단한 치아보다 부드러운 혀가 마지막까지 남는다

‘강하면 부러지고, 약하면 휘어진다’는 말처럼 지나치게 강직하고 곧기만 한 사람은 그만큼 실패를 경험할 확률이 높다. 특히나 현재 우리 사회는 강하게 맞부딪히기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굽히고 들어가라”, “적당히 참고 일해라”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상기해야 한다.

30여년간 CBS 기자로 일한 김승동 논설위원장은 최근 내놓은 신간 ‘치망설존(齒亡舌存)’에서 단단한 치아가 아니라 부드러운 혀처럼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우리의 일상이 전쟁보다 난세에 가까운 상황에선 치망설존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강조한다. 전쟁은 적과 아군이 명확하지만 난세는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판단할 수 없어 더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치망설존은 노자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노자가 자신의 노스승 상종의 병문안을 갔다. 상종은 노자에게 “내 혀가 있느냐”고 물었다. 노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상종은 또 “내 이가 있느냐?”고 물었고, 노자는 “다 빠지고 없다”고 답했다. 상종은 “이가 빠지고 없는 것은 그것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늙어서 마지막까지 남는 건 단단한 이가 아니라 부드러운 혀라는 걸 설명한 것이다. 상종은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조직에서 능력이 있고 똑똑할지라도 강직한 자는 망가지기 쉬운 반면 설사 능력이 없고 똑똑하지 못한 자일지라도 부드러운 자는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똑똑하고 강한자가 부드러움까지 갖추는 것이 단연 최고라고 덧붙였다.

김승동 논설위원장은 1988년 CBS 기자로 입사한 뒤 보도국 경제부장, CBS 경남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CBS 논설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단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약 30년간 언론인으로 살아 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직장생활에서 체득한 5가지 교훈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위기의 본질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리더십의 위기’라는 것.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이 벌어졌을 때 정부는 국민들에게 그저 믿고 따라와 주기만을 바라는데 이러한 하향식 불통 리더십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어느 조직이든 리더를 뽑을 때 신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조직에서 권력을 쟁취하는 것과 권력을 확고히 하는 과정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권력을 쟁취할 때에는 유능한 자가 필요하지만, 정작 권력을 쟁취한 후에는 공로가 높은 자는 배제되는 현실을 일컫는다.

세 번째는 똑똑하고 강한자가 오래 살아남는 게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자가 강한자라는 것이다. 직장생활에서도 남보다 빨리 승진하고 요직을 거치기 보다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잘 버티고, 견디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네 번째는 직장생활에서 너무 강직한 부하직원은 오히려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윗사람은 대체로 바른 말하는 사람보다 고분고분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직장생활에서 적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데 누가 적인지 모르거나 적과 벗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화라는 걸 깨달았다고 적었다.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적을 아는 것부터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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