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산업 수준.규모 '세계 초일류국가'
수요-공급 균형 맞추고 미래 변화 대비할 필요성 증대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괄목상대’라는 말이 적당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1945년 광복 직후 20만kW에 불과하던 발전설비 용량은 500배 이상 상승해 1억kW 시대를 열었다. 송배전손실률 세계 최저, 주파수·전압유지율 세계 최고, 가구당 정전시간 세계 2위 등 품질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 온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규모 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됐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든든한 디딤돌로서 경제성장과 맥을 같이 해 온 전력산업은 더 이상 묵묵한 지원군의 역할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전력산업은 이제 에너지신산업을 필두로 한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억kW 시대에 걸맞지 않은 소모적 논쟁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전력설비가 필수적인 전기를 공급해주는 반가운 손님이 아닌 땅값을 떨어트리는 ‘불청객’이 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설비 건설을 둘러싸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전력설비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송전선로를 비롯한 전력설비 건설에 난항을 겪고 있어 당장 올해 준공된 발전소들은 발전소를 100% 가동하지 못하는 발전제약 상태에 봉착해 있다.

전력수요증가율이 정체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전력설비 1억kW 시대를 마냥 반길 수만 없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차전력수급계획 발표 당시 2029년까지 전력수요가 연평균 2.1%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 최근 3년간 전력수요 증가율은 평균 1.2% 수준에 그쳤다. 과다예측, 예비력 과잉이란 주장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지난 11일에는 때이른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면서 예비율이 9%대까지 떨어져 전력수급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발전설비 1억kW 시대가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할 곳에 전기를 쓰게 되는 ‘전력화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전기로 석유나 가스 등을 대체하면서 전력수요가 높아지고 예비율이 낮아지면 다시 전력난을 우려해 전력설비를 건설하게 하는 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는 지적이다.

중앙집중식 전력공급 시스템을 분산형 전원으로 전환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하고 신기후체제에 대비해 미세먼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발전설비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아울러 경직적인 전력시장 시스템을 보다 유연하게 개선해 이러한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태규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한 칼럼에서 “1억kW 시대 전력망은 변화하는 전력산업 여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과 복원성을 구비하도록 구성되고 운영돼야 한다”며 “특히 현대 전력계통이 지향하는 합리적 신뢰도(Reliability), 유연한 복원력(Resiliency), 경제적 안정운영(Security)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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