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피뢰시스템은 낙뢰로부터 각종 건축물과 설비를 보호하는 중요한 장치다.

건축법에 20m 이상 건축물에 피뢰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아직은 사각지대가 많다. 이 사각지대가 모두 피뢰업계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낙뢰로 인해 천연기념물이 소손되거나 서해대교 사고 등 낙뢰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건축법 상 건축물로 규정돼 있지 않아 피뢰시스템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는 서해대교 사고를 계기로 그 동안 미흡했던 특수교에 대한 피뢰·소방 설비를 보완하고 유지관리, 재난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비용문제, 교통안전 문제가 맞물려 쉽지 않은 상태다.

어린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의 경우도 20m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낙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넓은 나대지에 조성되는 태양광발전소, 매우 높게 설치되는 풍력타워 등과 더불어 가공 송전선로, KTX 선로에도 모두 피뢰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피뢰업계를 다녀보면 회사가 성장을 거듭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거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은 대부분 영업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영업 경쟁에 매몰돼 제대로 된 품질경쟁이나 기술 개발에 품을 들일 여유가 없다는 것. 무분별한 수주 경쟁이 오히려 안전을 위해 설치돼야 하는 피뢰설비에 대한 인식을 흐리게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저가로 사업을 따내 저품질의 제품을 납품·설치했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그렇다. 1년에 몇 번 낙뢰를 맞을지도 모르고, 돈을 들여 피뢰시스템을 갖춰도 제대로 된 방호가 되지 않는다는 경험을 한 사업주가 또 다시 피뢰설비에 돈을 투자할리는 만무하다. 해당 발주기관의 설계에 자사 제품의 사양서를 집어넣으면 호황을 구가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다시 불황을 겪는 악순환도 제거돼야 한다. 한 두 발주처만 독점하면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타 업체가 같은 방식의 영업을 시도했을 때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일쑤다. 먹지 않으면 먹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기업의 생리라지만 혼탁한 영업행태가 정작 업계의 먹거리 창출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이상 기후로 낙뢰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면서 이른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일도 늘어나고 있고, 초고층건물과 각종 정보통신설비 등 네트워크로 연결된 첨단전자장비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피뢰업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피뢰설비 몇 세트 더 파는 것보단 기술개발과 시장정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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