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품에 있는 사연)

정운천 국회의원
정운천 국회의원

며칠째 때 이른 찜통 더위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한지 벌써 한 달 보름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그리고 소속 새누리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아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게 지난 시간이다. 전주에서 32년 만에 당선된 여당 국회의원인 덕에 인터뷰도 쇄도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는 소관 상임위 활동이다. 그래서 산자위 업무를 보좌진과 밤샘도 하며 공부하고 있다.

첫 칼럼을 무슨 글을 쓸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전기신문’에 기고는 너무 큰 행운이고 설렘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농업계 현장에서 살아온 나다. 농업에서 성공해 최초 농민 출신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지냈고, 농업분야에서 늘 도전하며 개척해왔다. 그래서 첫 칼럼은 정운천이 누군지를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해남 비닐하우스에서 5년간 생활하며 한국산 키위 ‘참다래’ 재배에 성공한 농민으로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으로서 일하다 광우병 파동으로 6개월만에 물러난 후 고향에 내려가서 ‘소통과 지역구도선거 타파’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7년간, 3수만에 전주에서 32년만에 여당 국회의원으로 당선」

지난 시간을 몇 줄 글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때 가장 첨단을 달리는 곳이나, 아니면 가장 낙후된 곳으로 가라. 그만큼 성공의 여지가 많고 개발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라는 인촌 김성수 선생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농업경제학을 전공하여 졸업 후 땅끝마을 해남에 내려가 평생 외길을 걸으며 농업인을 교육하고 조직화 하며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소금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바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소속된 산자위에서 농림해양축산위로 소금을 빼앗아간 당사자이니 웃음이 난다. 어린 시절을 바닷가 마을에서 보내서 일찍부터 천일염을 접했다. 집집마다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두세 포대씩 사다 놓고 사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소금이 광물로 천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999년경이다. 우연한 기회에 소금 전문가가 쓴 논문을 봤는데,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1963년 제정된 염관리법에 따라 천일염도 정제염과 같이 광물로 분류해 산업자원부가 관리하고 있었다.

광물이라면 암석이나 유리 같은 무기물질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과 미네랄을 공급해주는 소금이 무기물질인 광물 취급을 받다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천일염이 수입 소금보다 가격이 비싸서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폐전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다. 내용은 1997년 8700헥타르이던 염전을 1400헥타르만 남기고 없애는 폐전비용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서남해안은 천일염 생산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생산지로 알려진 프랑스의 게랑드 지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농수산식품부장관 내정 후 ‘소금’을 꼭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광물로 천대받는 천일염을 농식품부에 가져와 기초식품으로 산업화할 생각이었다. 2008년 2월 18일 대통령 당선인 주재로 부처 간 소통을 위한 국무워크샵에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난 후 발언권을 얻었다.

“식품을 통합해 농업을 살리겠다는 대통령님의 뜻에 따라 농식품부가 출범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식품의 근간이 되는 소금에 대해서 여러분께 여쭤보겠습니다. 소금이 식품입니까? 광물입니까? 천일염을 지식경제부에서 관리하는 바람에 가치가 턱없이 떨어졌습니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은 킬로그램당 6~9만원데 비해 우리 소금은 1~2천원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소금은 광물이 아닙니다. 식품입니다. 모든 음식의 근간이 되는 기초식품입니다. 하루빨리 천일염을 농수산식품부로 넘겨주십시오. 그러면 프랑스 게랑드처럼 세계적인 식품으로 육성하겠습니다. 1000억원 시장을 1조원의 시장으로 키우겠습니다.”

여러 장관내정자들이 동의했고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식경제부장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후 한달 보름만에 소금이 식품으로 돌아왔다. 첫 글에서 소금이야기를 한 이유는 산자위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또 다른 소금이야기를 찾고 싶어서이다. 그 소금은 에너지 시장을 개척하는 창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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