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웅 인코어드 대표이사(창업자)/공학박사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이사(창업자)/공학박사

올해 4월부터 전력판매 자유화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일본 시장 때문에 동경에 법인을 열고 자주 방문하면서 새로운 변화는 이렇게 시작되는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편의점과 프랜차이즈를 방문하면, 자기 회사 전기를 사용하라고 광고가 테이블마다 있고, 가스 충전소에도 자기 회사 전기를 사용하면 충전료를 10% 할인해준다고 플래카드를 걸어 놓았다. 사람들이 유료 앱과 웹을 통하여 다른 회사 전기를 쓰면 요금이 어떻게 되는지 시뮬레이션을 해서 비교를 해본다. 그동안 통신은 이미 생활속에서 이야기 되고 있지만 이제는 전기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전력회사의 임원들이 자주 우리 일본법인을 방문해서 서비스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대체로 이렇다

한마디로 이제 인구절벽의 시대도 다가오고, 전력수요의 증가도 거의 없는데다가 새로운 신재생 에너지가 분산된 형태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전기를 팔아서 전력회사를 운영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고 한다. 점점더 도매시장에도 추가 연료비가 안들어 가는, 그래서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와지는 값싼 신재생에너지가 도매시장의 입찰에 참여하게 되어 UCP(uniform clearing price)가 낮아지고, 소매 시장에서도 실시간 요금제까지 도입을 하면, 하필 그 시간대가 태양광이 가장 활발히 가동이 되고,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를 쓸테니 피크시간 대에 프리미엄 가격을 받기도 틀렸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소비자의 자가 발전양도 늘어나니 전력회사에 대한 수요도 급감하고, 고객의 critical mass(임계질량・변화를 얻기위한 필요한 양)가 점점 제로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이제는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가스회사나 통신회사가 전기를 팔게 되니, 전력회사가 가스사업이나 통신사업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만만치 않다. 결국 일본의 전력회사가 선택한 길은 데이터 서비스 사업이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스마트미터가 스마트한 미터가 아니라 Stupid한 미터라고 결론을 내리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줄수 있는 고집적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실시간으로 바로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실시간 사물인터넷 에너지미터를 보급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택배회사의 택배반송율이 30% 이상이나 되니 에너지 실시간 사용상태를 보고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GPS를 통해 거리와 시간을 계산 한 후 사람을 보내게 되는 서비스가 생긴다. 바로 전력회사는 이러한 택배회사, 전력판매회사, 가전기기 회사, 경비/보안회사, 금융회사 등에 실시간의 에너지 데이터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이제 전기라는 상품이 아니라, 전기라는 공공재를 통하여 발생하는 데이터가 상품이 되는 셈이다. 이미 미국에서도 전기를 사용하면 1시간 뒤에나 사용결과를 알게 되는 수천만대의 스마트미터의 효용성이 문제가 되자, 일본은 아예 스마트미터의 보급 초기부터 방향을 바로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이 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행동 기반에 의한 니즈를 최적화하고, 고효율화를 하며 전기 인프라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궁극적으로 전력회사의 생산과 소비자의 절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소비자와 공유를 함으로써 또 다른 수익모델로 혁신을 한다는 계산이다

조만간 대만, 그리고 동남아의 몇 나라가 전력판매 자유화를 발표한다.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되어 간다는 느낌이다. 우리가 일본보다 늦게는 발표를 했지만, 개인적으로 볼때는 사실 기술적인 준비는 더 오래해왔다고 본다. 정부의 제도적 규제 등으로 인하여 시장을 만들지 못했고 혁신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지만, 우리도 전력산업에서 이 기회에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를 도입하고, 기존의 중앙집중식 전력망에 신재생 에너지, 배터리 등등의 새로운 에너지원을 연결할 생각보다는 unbundling을 하여 분산화된 새로운 생태계를 빨리 만들었으면 한다. 전력망의 안정성의 문제는 중앙집중화를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바로 데이터를 통하여 최적화하고 효율화하는 연구를 통하여 확보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미래에는 기존의 전력망은 새로운 에너지망의 back-up 인프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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