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 일진전기(주) CTO
신영준 일진전기(주) CTO

남부지방에 우리나라 제2의 국제공항을 건설할 예정지를 선정해 발표한다고 몇 일전부터 각종 언론에 도배를 하더니만 6월 21일 오후 3시에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치권에서도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지도자들도 앞 다투어 서로 생색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관련시장은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을 걸겠다고 막말성 발표를 하기도 했다. 어느 누구도 우리나라 전체를 보고 향후 우리나라의 균형적 발전과 경제적 부흥을 전망해 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지금 눈앞에 놓여있는 개인적 욕심과 단기간의 개인적 및 일부 지역적 이해관계를 쫓아 자기주장만을 펼쳤으나 결과는 다소 엉뚱하게 보이는 제3의 안으로 결론지어졌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지만 지역적 포퓰리즘의 전형과 단편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한 마음이다. 정치지도자, 지도자, 리더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몇 일전에는 영국의 총리가 유럽연합 탈퇴 또는 잔류 문제를 두고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탈퇴로 결론지어졌다. 세계지도자란 사람도 이런 결론을 예측하지 못하고 만용을 부렸다니 어이가 없다. 한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세계경제를 혼돈의 상태로 몰아넣었다. 한 나라의 포퓰리즘이 세계에 크나큰 재앙을 안겨준 결과가 된 셈이다.

이렇듯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또는 판단이나 국내외 기준 또는 표준에 근거하지 않은 인기 영합적 정책이나 제도는 한때 인기를 얻을 수는 있으나 일시에 몰락해 버리는 결과로 귀착되게 마련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기업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 및 제도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만발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변함없이 많은 기업지원 정책과 제도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정책과 제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면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면에서 보면 낭비적인 측면이 강한 정책도 상당수 있고 또한 집행에 있어서는 더욱 낭비적 측면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대기업 R&D 지원을 해마다 줄여나가고, 또한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에서 할 수 없고 정부출연연구소마저 역량이 모자라는 부분의 원천기술 개발을 대기업에 맡겨 개발하게 하고, 개발한 기술을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이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이 개발할 수 있는 부분을 대기업이 우월적 힘을 활용해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공이 하고 있는 것이 허다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공공기관은 기술개발 지원자이자 사용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용자의 요구대로 빠른 시일 내에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받고 싶겠지만, 개발역량이 충분한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을 지원해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 안목에서 더욱 가치 있는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이자 리더이다. 단기적 안목으로 순간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리더가 잘못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대기업이 R&D 및 기타 분야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 지원의 수혜를 받았는지, 하나의 대기업이 R&D 시장을 얼마나 독식해 왔는지 모니터링 해, 정책수립도 중요하지만 특히 집행에서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상생협력을 외친지도 벌써 오랜 세월이 흘러갔다. 현실적으로 이런 정책이 과연 가능하고 실효성이 있는지, 혹시 대기업 지원의 합리화 수단으로 전락하지는 않았는지 다시한번 정책을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수많은 중견기업, 중소기업, 국민들은 오늘도 아무 말 없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산업정책을 신뢰하고 따르면서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SNS 등 사회통신망이 발전해 리더가 잘못된 길을 간다고 판단되는 순간 모두 다 비판의 길로 돌아서고 다시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지금 당장 정책 재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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