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들을 때마다 괜스레 목이 가려워진다. 눈도 따끔하고 콧구멍도 건조해지는 느낌이 들면 서둘러 방역용 마스크를 찾는다. 무려 한 개에 2000원이나 하는 KF94 인증 마스크다. 장마철에 갑자기 웬 미세먼지 타령이냐고? 다행히 요즘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아서 마스크 쓸일이 별로 없지만 한달 전만 해도 하루에 마스크 하나는 기본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널리 알려졌다. 심지어 초미세먼지가 발암물질이라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너도나도 한마디씩 보태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력발전소 수를 줄이고, 경유차 대신 친환경차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석탄, 석유를 태워 연기를 뿜어내는 두 주범을 줄인다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화력발전소와 경유차와 미세먼지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과연 전체 미세먼지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또 최근 몇 년새 미세먼지가 급증한 만큼 화력발전소와 경유차도 급증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가 가장 최근 자료였다. 게다가 오로지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만 조사가 이뤄졌고, 최근 몇 년새 화력발전소와 경유차의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나 증가했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그저 ‘대기오염의 주범이니까’라는 상식적인 문제의식에서 대책이 만들어진 셈이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그렇게 심각하다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왜 지금까지 제대로된 조사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진짜 심각한 건 중국발 미세먼지인데 이에 대한 조사와 대책은 언제쯤 내놓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일단은 화력발전소와 경유차를 줄인다지만 실제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또 2018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과 측정결과를 기초로 대기 중 화학반응을 고려해 지역규모 영향을 예측·분석할 수 있는 ‘대기질영향예측시스템(K-MEMS)’을 개발한다고 한다. 이름은 그럴싸한데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을 비춰보면 큰 기대는 되지 않는다. 그 돈으로 차라리 마스크를 사주는 게 더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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