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에 풍력베어링 11년째 공급…납기지연 0번”

신라정밀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풍력발전용 베어링 생산업체다. 2006년부터 제품을 생산해 11년째 GE에 납품하고 있다.

베어링은 높은 하중이 적용되는 회전부위에 사용되는 부품인데, 풍력발전기 외에도 선박용 크레인, 굴삭기 등에 쓰인다. 신라정밀이 설립 초기 주력한 시장도 건설장비용 베어링 시장이었다.

1986년 설립된 신라정밀은 처음 현대중공업에 굴삭기용 선회베어링을 납품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일본 IHI, 구보다, 히타치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수출유망 중소기업, 우수기술기업 등으로 선정됐고 중국 현지공장도 설립했다.

신라정밀이 풍력발전기용 베어링을 생산하기 시작한 건 2006년부터다. 미국 GE에 1.5MW급 풍력발전기용 베어링을 공급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풍력산업이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베어링 공급업체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랐었죠. 그때 우리는 미국 수출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마침 베어링 공급업체를 찾던 GE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어요.”

GE의 엔지니어들은 신라정밀을 방문해 두 달간 머물렀다. 베어링 제작 공정과 검사공정을 협의하고 샘플을 확인한 뒤 돌아갔다. 그때부터 11년째 신라정밀은 GE에 풍력용 베어링을 공급해 현재까지 최우수공급사의 자리를 유지하는 중이다. GE에 베어링을 공급하는 업체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총 5곳인데, 신라정밀은 그 중 3분의 1을 납품하고 있다.

“GE는 매년 경쟁입찰을 통해 공급사를 선정하고 물량을 나눠줍니다. 미국업체는 자국 업체 우대 차원에서 경쟁력이 있고, 중국업체는 값싼 가격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죠. 신라정밀은 미국기업도 아니고 중국업체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그 사이에서도 10년간 최우수 공급사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품질, 서비스, 납기 모두 완벽함을 추구하니까요. 지금껏 단 한 번도 불량을 낸 적이 없고 납기를 어긴 적이 없습니다.”

신라정밀은 2007년 천만불 수출탑을 쌓았고, 이듬해는 세계 최대 풍력회사인 중국 골드윈드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장산에 2공장을 세웠다. 그 해 2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1년 뒤에는 인도 에너콘에도 제품 공급을 시작해 5천만불 수출탑을 쌓았다. 매년 수출 역사를 새로 쓴 셈이다.

그러나 그 이후 정체기가 시작됐다.

사업 초기만 해도 중국에는 베어링 생산업체가 몇 군데 없었지만, 지금은 100여개가 넘는다. 이들 기업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휘저었다. 신라정밀의 베어링을 수입해쓰던 중국 풍력기업 골드윈드도 자국 업체로 공급사를 바꿨다.

한때 국내에서도 풍력 붐이 일며 대기업들이 사업에 진출하자 신라정밀도 내수시장에 기대감을 걸었지만, 거품은 금방 꺼졌다.

“삼성에서도 업무 협의 차 임원이 오고 그랬어요. 기대를 많이 했죠. 그런데 기업들이 하나 둘 풍력에서 손을 떼지 않았습니까. 지금 남은 곳은 세 곳 뿐이고요. 우리가 해외에 공급하는 물량이 풍력타워 1000기 분이면, 국내에 공급하는 물량은 30~40기 정도밖에 안 됩니다. 국내 기반이 전혀 없는 거예요. 전체 매출의 20~30% 만이라도 국내기반이 있으면 좋은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인거죠.”

내수시장이 없다시피 하니 결국 활로는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중국, 한국, 브라질에 생산기반을 두고 있는 신라정밀은 올해 5000만불 이상 수출성과를 달성할 계획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거래선도 다변화한다. 현재 지멘스, 베스타스, 가메사 등과 활발히 업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보유설비로 7MW급 풍력발전기에 사용할 수 있는 베어링까지 생산이 가능해 풍력터빈의 대형화에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시장에서 GE의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지멘스, 가메사 등의 터빈업체와도 공급관련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올해는 공급사를 확대하고 정체돼있던 수출규모도 다시 증가세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풍력 관련산업 중 베어링은 자동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용효과가 큰 분야”라며 “풍력산업이 장기적으로 볼 때 무시할 수 없는 성장동력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빨리 덤벼들어서 국가 목표를 세우고 육성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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