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현 건설시공팀장
진시현 건설시공팀장

“4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 온 직원이 몇 명 있어요. 제가 그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몸 관리 잘 하셔라’에요. 일처리 능력이 꼼꼼하고 뛰어나니까 뭐든 믿고 맡길 수 있고 또 오랫동안 함께 해선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제 맘을 이해해요. 가족 같이 편하죠.”

얼마 전 만난 전기공사업체 CEO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입이 닳도록 건강관리 잘하라고 강조하는 건 일 잘하고 신뢰 가는 직원과 계속 지내고 싶은 바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운 속사정이 있어서라고 고백했다. 20대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만났던 직원들이 머리카락 희끗해질 정도로 나이가 들었건만 그동안 젊은 직원들을 양성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비단 우리 회사만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기공사업체 CEO도 비슷한 얘기를 전했다.

“모처럼 젊은 직원이 입사해서 앞으로 잘 키워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연락도 없이 출근을 안했어요. 입사 하루만에요. 나중에 연락이 됐는데 주변에서 굳이 그렇게 위험하고 힘든 일을 왜 하려고 하냐며 만류해서 그만뒀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전기공사업계 인력난은 사실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인력난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이 젊은이를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40, 5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60대도 상당수다.

중소제조업체는 외국인노동자를 도입해 젊은 피를 수혈하는 경우도 많지만 전기공사업체는 사업 특성상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안전이 최우선시 되는 시공현장에 언어장벽을 느끼는 인력을 투입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노련한 전공들의 일당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젊은이들이 전기시공현장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3D 요소를 모두 갖췄는데 그 중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젊은이들의 발길을 놀리게 하고 있다. 최근 모 언론에서 전봇대에 오를 때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아내와 아이들의 이름을 읊조린다는 전공의 현장 인터뷰가 실린 이후 한전은 활선(活線)공법을 폐지한다는 대책까지 내놨는데 이틀 후 광주지역에서 감전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사회적으로 전기시공현장은 목숨을 앗아가는 공포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될까 걱정이 앞선다.

시공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은 안전장구를 제대로 갖추고 매뉴얼에 따라 작업한다면 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라는 얘기다.

최근 들어 전기공사업계가 젊은 인력을 유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공사협회는 전국 소재 특성화고등학교 교장과의 순회 간담회를 개최하고 시도회가 중심이 돼 지역별로 직접 고등학교를 방문해 업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전기시공현장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지역 특성화고등학교의 전기공사 도제학교 지정을 추진한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도제학교로 지정되면 보다 효율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 전기공사업계 스스로 젊은 인재를 품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를 꿈꾸며 자신들의 삶을 맡길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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