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사용후 핵연료 포화...임시저장 시설 필요

원전내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 시설인 저장 수조.
원전내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 시설인 저장 수조.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서 연간 약 750톤씩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고리원전부터 포화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습식저장의 경우 조밀저장을 활용해 저장 능력을 확대하거나 원전과 같은 부지 내 다른 저장 시설로 옮겨 저장한다면 2024년까지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결국 포화 상태가 되면 부지 내의 건식저장 시설을 최대한 확보하거나 별도의 중간저장 시설 혹은 영구 처분시설을 필요로 하게 된다.

중간저장은 폐기물 사업자가 발생자로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인수받아 최종 처분재처리/재활용 후 처분 혹은 직접 처분하기 이전까지 40~80년 동안 중장기적으로 저장·관리하는 것이다. 중간저장 방식은 임시저장과 동일하게 습식저장과 건식저장이 있는데 최근 세계적으로 건식저장 시설을 선택하는 추세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를 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처리해 사용 가능한 물질과 장반감기의 방사성물질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재처리를 통해 방사성물질, 특히 긴 반감기를 가지는 물질을 분리해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의 면적을 크게 줄이고 관리를 쉽게 하는 것과 함께 유용한 핵연료 물질을 분리 추출하여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재활용이라고도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는 1940~1950년대 핵무기 제조 목적으로 시작돼 핵보유국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으나 핵확산 우려 속에 일부 국가들만 제한적으로 상업적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최근 고준위 폐기물 처분 문제와 맞물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핵비확산 문제로 재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속로와 건식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을 결합한 순환형 핵연료주기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과 장반감기 고준위 폐기물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건식 재처리 기술은 사용후핵연료를 산화·분말화한 후에 고온 상태에서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우라늄을 포함한 금속 물질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플루토늄만 독립적으로 분리하지 않아 핵비확산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바로 고속로에서 태워서 방사성물질의 반감기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인간의 생활권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하기 위해 부식과 압력에 장기간 견딜 수 있는 처분 용기에 넣고 지하 500~1,000m 깊이의 암반층에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에 대해 1950년대부터 다양한 방식이 연구되어 왔고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이 심지층 처분 방식을 선호하고 있으며, 핀란드와 스웨덴이 고준위 처분장 부지를 확보한 상태이다. 처분장은 재처리/재활용 직접 처분 등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관계없

이 모두 필요한 시설물이지만, 처분 대상은 사용후핵연료 직접 처분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재활용 후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으로 달라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30개국에서 438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원자로 격납건물 안에 위치한 임시저장 시설을 제외하고 사용후 핵연료 저장 시설을 운영 중인 나라는 25개국이다.

25개국 중 13개국, 즉 52%가 원전 안에 저장 시설을 두고 있으며, 28%에 해당하는 7개국은 원전 밖에 저장 시설을 갖고 있다. 일본, 중국, 영국, 독일, 스위스 등 5개국은 원전 안과 밖에 모두 저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저장 방식도 건식과 습식이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나라들은 각국 사정에 따라 다양한 저장 방식과 관리 구조를 운용 중이다.별도로 운영 중인 중간저장 시설의 경우 직접 처분을 추진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건식저장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에는 야외에 저장 용기가 바로 설치되어 있고, 일본, 독일, 스위스 및 벨기에 등의 국가에서는 저장 건물 내에 용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건식저장 용기에 대해 미국을 기준으로 현재 60년의 사용 수명에 대한 인허가가 발급되고 있으며, 120년 이상 초장기 저장에 대한 연구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국립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기 관리의 경우도 나라별로 다르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40년간 중간저장 기간을 거친 후 심지층 처분하기로 결정하였다. 프랑스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MOX 연료로 만들어 경수로에서 재활용하고 있으며, 재처리 후 나온 최종 부산물을 포함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심지층 영구 처분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과 러시아와 같은 핵 보유국은 재처리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핵보유국 중에 유일하게 일본이 재처리 시설을 건설하여 시운전 중이다. 핵 보유국 중 미국은 현재까지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중앙집중화된 중간저장 단계를 거쳐 추가적인 처리 없이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첨단 연료주기와 원자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향후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대안으로서 재처리도 배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장기 관리 정책의 경우 재처리는 핵비확산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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