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평 안 되는 좁은 텃밭. 농약이나 화학 비료 같은 인공의 ‘제품’을 쓸 일이 있을까?

밭이 작으니 불쑥 돋는 잡초야 가끔씩 뽑아주면 되고, 내다 팔 거 아니니 좀 부실하게 커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고구마 같은 뿌리채소는 비료를 넣어주는 게 좋다지만, 있는 그대로 자연재배를 하고 싶은 마음에 ‘능력껏 알아서 커봐라’ 하며 물만 줬다. 그마저 비가 오는 날에는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터넷에 살충제를 검색하고 있다. 진딧물 때문이다.

진딧물은 채소, 과일의 잎 뒷면에서 즙을 빨아먹는 작은 벌레다. 몸길이는 2~4mm 정도 되는데, 날개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빨간색, 초록색, 검은색 등 종류가 많아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전세계적으로 2700종이 있고, 한국에는 330종이 이곳 저곳에서 식물의 즙액을 빨아 먹는다.

처음 진딧물을 발견한 건 참외 잎 뒷면에서였다. 그때만 해도 ‘없어지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며칠 뒤에는 진딧물이 애호박까지 퍼졌다. 잎과 줄기가 검은 진딧물로 뒤덮인 걸 보니 그제서야 아차 싶다.

진딧물은 3월말, 4월 초에 부화하는데 다 자라면 혼자서 새끼를 낳는다. 새끼들이 자라 어미와 똑같은 암컷이 되고 몇 세대를 이렇게 되풀이해 번식하면 식물이 온통 진딧물로 덮이고 만다. 1년에 33세대까지 번식한다고 하니 말 다했다.

설상가상 진딧물이 배설한 당분을 먹기 위해 파리, 개미도 많이 꼬이는데다가, 잎에 떨어진 배설물로 그을음병균이 생기기도 하니 이쯤 되면 마냥 두고볼 수만은 없어진다.

옆밭 주인에게 얻은 목초액을 애호박 잎에 뿌려봤다.

목초액은 나무로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를 액화시킨 살충제인데, 채취한 뒤 6개월 이상 숙성시켜 독성과 유해물질을 제거해 농약 대신 많이 쓴다.

목초액이 없다면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 물을 뿌려줘도 된다. 매운 향은 진딧물이 싫어하는 냄새다. 이밖에도 단풍이 들지 않은 은행잎, 쑥을 끓인 물도 효과가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천연 살충제는 완벽한 살충까지는 안 된다. 좀 줄어들었나 싶긴 해도 아예 없어지진 않는다. 그래도 텃밭을 자주 들여다보고, 보일 때마다 손으로 눌러 죽이고, 천연 살충제로 보완하는 게 최선이다. 농약을 쓰지 않을 거라면 부지런해야지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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