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 작고 파이낸싱 어려워...해기(540MW)·새만금(98MW)도 외산 쓸듯

국산 풍력제조사가 국내에서도 해외 메이저 기업에게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국산 제품을 사용하면 은행권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 사업자들이 할 수 없이 해외 제조사의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이 국내 풍력산업 육성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추진 중인 대형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서남해 해상풍력사업(1단계 60MW)를 비롯해 해기해상풍력(540MW), 새만금해상풍력(98MW) 등이 있다.

이 중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은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니만큼 두산중공업의 3MW급 풍력발전기 20가 설치될 예정이다.

반면 민간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사정이 다르다.

지윈드스카이가 부산 앞바다에서 추진하는 해기해상풍력사업은 3단계에 걸쳐 총 540MW로 계획돼 있다. 폐로 예정인 고리1호기의 대체 전력 차원에서 부산시에서도 시책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진행돼 현재 지역주민들과 협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이번 사업에 3MW급 국산 풍력발전기를 적용하면 180기를 설치할 수 있고, 2MW급은 270기를 설치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제조사의 공급규모가 30~40기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트랙레코드가 될 수 있어 국내 기업에겐 좋은 사업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국산 제품 적용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기해상풍력은 5MW급 풍력터빈을 적용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는데 국내 제품 중에는 5MW급 풍력발전기가 없다. 효성이 개발한 5MW급 터빈이 있지만 아직 실증단계다.

게다가 국산 풍력발전기를 사용하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어려워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용우 지윈드스카이 사장은 “현재 국산 제품은 3MW급이 최대라서 불가피하게 해외 제품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또 해외 메이저 업체의 풍력터빈을 사용하면 PF가 되지만 국산을 사용하면 PF를 일으키기 힘든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이 성공했다는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기업들이 5MW급 해상용 풍력터빈 국산화에 매진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공개입찰을 통해 최대한 국산제품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자금 조달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2~3MW급 풍력발전기를 사용하는 새만금해상풍력(98.8MW)도 PF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전KPS, 미래에셋대우증권, 현대유엔아이와 6개 기업이 참여하는 새만금해상풍력사업은 지난해 말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하고 현재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절차를 진행 중이다. 1·2단계가 48.4MW, 50.4MW 규모로 추진된다.

새만금해상풍력은 당초 국산풍력발전기 100%로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자금 조달에서 가로막혔다.

손충렬 새만금해상풍력 대표는 “국산 제품을 100% 꽂겠다고 했더니 금융권에서 PF가 안된다며 해외 제품을 꽂으라고 제안했다”며 “어쩔 수 없이 국산 제품은 30% 정도만 사용하는 것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베스타스, 지멘스, GE 등 해외 메이저 제조사의 풍력 터빈과 비교해 국내 풍력발전기의 성능을 10% 가량 낮게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원금 회수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해외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선호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국산 제품을 쓸 수야 있지만 100% 국산 풍력발전기를 사용하면 PF가 되지 않는다”며 “원금 회수기간이 몇 년 늦어지는 것이 사업자 입장에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금융권의 자세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연기금을 풍력발전사업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장기 저리로 투자한다면, 자금 조달 측면에서 국내 풍력산업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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