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주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겸 기초전력연구원 에너지밸리분원장
문채주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겸 기초전력연구원 에너지밸리분원장

기초연구는 미래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거나 응용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에 대한 연구활동으로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중요한 분야이다.

지난 5월 12일 대통령도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학을 한계돌파형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의 기지로 체질을 개선하고, 출연연은 10년 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원천연구를 전담해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연구에 매진하도록 개편하며, 기업은 상용화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별 특성에 맞는 상용화 R&D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기초연구는 과학기술자의 지적호기심에서 시작되어 상상하지도 못 했던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원천이 되며, 대학 연구자들에게 단시간에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꾸준히 한 우물 파기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신진연구자로 시작해 중견, 리더 연구자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초연구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지난 6월30일 기공식을 가진 기초과학연구원은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기초과학과 비즈니스가 융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신개념의 국가 성장거점을 만들기 위하여 2008년 MB 정부 시절에 시작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사업의 주관기관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목적을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창조적 지식과 미래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차세대 연구 리더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거점을 마련하여 연구자들이 안정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세계적인 전문기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월 14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에서 발표한 에너지·환경·교육부문 기능조정방안에 따르면 기초전력연구원은 폐지되고 이 연구원의 기능은 전력연구원으로 통합된다. 전력산업부문의 이론·실험적인 성격의 기초연구와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기초전력연구원은 한전의 보조금이 아닌 연구사업 선정을 통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전국 대학의 교수가 기초전력연구원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밑거름을 만들어 오고 있다. 한전의 부설연구소인 전력연구원은 응용·개발·실용화 목적의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통합의 시너지 효과도 불명확하고 전력기초연구 기능이 사라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더구나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이 제시한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은 대학의 고유기능이라는 원칙을 훼손할 수도 있다.

기초전력연구원은 1986년 전력부문 관련 전국의 공과대학에서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당시 전력산업의 대표회사인 한전에 건의하여 한전이 80억원을 출연하여 1988년 설립됐으며,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제2차 공공기관선진화계획에 의거 R/D기능 통합에 따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설립이 추진되면서 기초전력연구원의 전력선행연구업무가 이관되었으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성격은 기초연구가 아닌 응용연구를 주관하기 때문에 설립초기 명맥을 유지하던 전력선행연구가 점차 줄어들다가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기초전력연구원을 전력연구원에 통합하는 것도 과거 사례처럼 전력기초연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기초전력연구원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위임, 위탁업무도 없었고, 자체연구와 일부 과제관리업무를 수행하여 운영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최근 전력기초연구에 대한 한전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초전력연구원이 고유의 연구영역을 개척하면서 연구 및 연구지원 성과가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시기라 더욱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쌓기는 시간이 걸려도 밀물에 의해 한순간 사라지는 것이 모래성이다. 외부의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연구가 있어야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풀뿌리 기초연구 강화를 위해 대학에 대한 상향식 기초연구 예산을 올해 1조1000억원에서 2018년 1조5000억원으로 4000억원 늘리는 등 상용화 연구보다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또 사물인터넷 등 급격한 기술 변화 등에 대응하고 국가 전략에 부합하는 R&D를 집중 지원하는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기초연구에 대한 정의가 확대되고 부정확해지는 상황에서 연구지원이 특정분야로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통제와 감시영역에 포함된 전력분야는 환상적인 연구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브렉시트로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예산 삭감을 당할수 있는 것이 연구분야로 이는 IMF 경제위기체제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전력산업의 근간이 되는 전력기초연구는 연구생태계 조성과 더불어 지속적인 풀뿌리 연구정책이 확대되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은 전력산업이 국가의 기반산업이자 성장동력이고 미래의 국부를 창출할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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