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정치경제공동체 EU 균열, 글로벌 경제 요동
한국, 직접적 영향 미미하지만 국제경제 움직임 주시, 대비책 마련 분주

영국의 EU 탈퇴에 찬성하는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 시민들의 집회 모습(사진출처: Vote Leave 홈페이지)
영국의 EU 탈퇴에 찬성하는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 시민들의 집회 모습(사진출처: Vote Leave 홈페이지)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영국이 43년만에 EU 탈퇴를 결정하면서 영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23일(현지시각) 열린 브렉시트(BREXIT) 찬반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들의 51.9%는 브렉시트 찬성에 표를 던지며 EU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투표율은 72.2%였다.

◆세계 정치 경제 불확실성 증대…EU 이탈 '도미노' 우려

영국이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이탈했다. 세계 정치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우선 대 영국 관세가 오르면서 EU와의 FTA 당사국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교역도 위축이 불가피하다. 파운드화 약세와 EU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로 영국과 EU로부터 자금 유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이탈 사태에 직면한 EU는 비상이다. 단순히 회원국 수가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든 것에서 더 나아가 EU 존립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체에서 정치공동체로, 이후 경제공동체로 발전을 거듭하며 다자협력, 지역통합은 물론 세계정부의 이상적 모델로 여겨져 온 EU의 위상과 결속의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마르틴 슐츠(Martin Schulz) 유럽의회 의장은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증가하는 역내 분위기 속에서 만약 브렉시트가 발생하는 경우 다른 회원국들도 추가적으로 EU의 탈퇴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월 4일부터 5월 12일까지 EU 10개 회원국 1만4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 EU를 호의적으로 바라본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1%에 그쳤다. 비호감을 표명한 응답자 비율은 47%였다. 영국을 비롯해 비판적 응답이 더 높은 국가는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 등 4개국이었다.

자국주의·고립주의가 확산되며 세계 정치, 경제의 흐름이 바뀔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공약으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내걸어 집권에 성공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프렉시트’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탈리아, 덴마크, 체코, 핀란드 등도 EU 탈퇴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브렉시트, 왜?

1973년 영국이 ECC에 가입한 이후 영국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회원국 지위에 대한 의문을 가져왔다. 실제로 영국의 회원국 지위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는 EU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영국은 ECC가입 2년만인 1975년 ECC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키도 했다. 당시엔 영국국민의 67%가 잔류를 지지했다.

브렉시트 여론은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촉발됐다. EU의 재정악화가 심화되면서 영국이 내야 할 EU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영국 보수당을 중심으로 EU 잔류가 더 이상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에 할당된 EU예산 규모는 140억7000만유로였다. EU에서 4번째로 높은 부담률이다.

이민자 증가 문제도 브렉시트 움직임을 가속화하는데 한 몫을 했다. 최근 유럽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취업 목적의 이민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영국 국민들의 불만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여론은 특히 지난 2015년 말 시리아 등으로부터의 난민유입이 심각해지고, 파리 총격테러의 주범이 난민 지위를 이용해 유럽으로 유입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악화됐다.

이와 관련 영국 캐머런 총리는 지난해 5월 총선 당시 재집권시 EU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해 11월 도날드 투스크(Donald Tusk)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EU잔류를 위한 요구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의 요구조건은 ▲이민자 복지혜택 제한 ▲영국 의회의 자주권 강화 ▲EU규제에 대한 영국의 선택권 부여 ▲비유로존 국가의 유로존 시장 접근 보장 등 4가지였다.

영국의 EU탈퇴에 대한 우려가 가속화되면서 EU는 올해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EU회원국 정상회의에서 영국 측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다. EU의 단결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캐머런 총리는 지난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실시를 공식 발표하면서 “영국의 미래를 위해 EU 잔류에 투표해 줄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이미 EU에서 마음이 떠난 국민들은 결국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캐머런 총리는 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며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브렉시트 이후 과정은?

영국이 EU와 결별을 선언했지만 이별의 과정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 원칙상 2년안에 탈퇴협상을 끝내야 하지만 최대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브렉시트는 회원국 탈퇴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EU 조약 ‘50조’에 따라 진행된다. 조약에 따라 영국이 EU 측에 탈퇴 의사를 전달하면 탈퇴 협상이 시작된다. 협상안이 확정되면 유럽의회 승인과 EU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각료이사회가 기다린다. 역내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하고(인구 기준), 전체 28개국 중 16개국 이상 찬성하면(국가 기준) 가결되는 가중다수결 제도에서 통과되면 최종적으로 탈퇴가 이뤄진다.

변수는 회원국들이 브렉시트를 쉽게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EU 예산 분담금, 의회 의원 수, 탈퇴 비용 등 각 회원국 간 얽혀있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EU에서 담당했던 분야에 대한 조직을 신설해야 하고, 세계 각국과 무역협상도 새로 추진해야 한다. EU와 FTA를 체결한 50여개국과 다시 FTA를 맺을 경우 EU에 비해 시장규모가 크게 작은 영국의 손해는 불가피하다. EU 지침에 기반을 둬 만들어진 약 15%의 영국 법률조항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영국의 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파운드화 약세, 관세 상승으로 수출 감소, 투자유치 감소, 노동력 축소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영국재무부는 브렉시트로 영국 GDP는 최대 6% 하락하고 실업률은 2.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OECD는 최대 7.7%, IMF는 5.5% 경제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 기업 입장에선 회원국 내 영국 기업, 영국 내 EU기업의 지위와 권리를 새롭게 정하거나 갱신해야 한다.

금융 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파리는 일찌감치 영국 런던에서 이탈하는 금융인력을 받아들이겠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영국계 자금은 우리나라 상장주식 중 36조477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172조8200억원을 보유한 미국계 자금 다음으로 크며 국내전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433조9600억원)중 8.4%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와 영국이 무역 부문에서 직접적인 연계성이 낮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과 EU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각각 1.4%, 9.1% 수준이었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영국에 대한 무역, 금융 위험 노출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고 직접적인 영향도 제한적”이라면서도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 등에 따른 간접적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부는 시장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국내외 금융·실물경제 동향을 실시간으로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할 계획을 밝혔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6월 24일 기재부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두 차례 열었다. 산업부 또한 실물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실물경제상황점검반을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투자자금 이탈에 대비해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 환위험 헤징 수단 강구하고 무역보험을 개발을 검토 중”이라며 “한-EU FTA 효과 상실로 인한 관세인상 등 부정적 영향에 대한 준비와 국내기업의 고통 최소화를 위한 영국과의 FTA 협상의 조속한 추진도 과제다. 환율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관련 정보 제공 및 교육 제공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차원의 대응 로드맵 작성 및 관련 업계와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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